[경제패트롤] 주가 1,000고지 공방전 눈앞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여름 증시열기가 뜨겁다. 종합주가지수 9백선을 가볍게 돌파한 증시의 최대관심사는 1천포인트 돌파다.

종합주가지수 1천포인트 돌파는 시기가 문제일 뿐 그 자체는 '기정사실' 로 보는 분위기다. 적잖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큰 저항없이 9백선을 돌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물론 증시주변의 풍부한 자금여건이었고 그 주역은 투신사였다.

이같은 상황과 투신사의 역할 구도에는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주가에 관한한 현재의 구도는 상승기대와 자금유입, 주가상승이 서로 맞물리며 이어지는 선순환의 모습임이 확연하고 이같은 구도 자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 1천이란 '네자리' 수는 800, 900을 넘어설 때보다 심리적으로 보다 버거운 벽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과거 두차례 1천포인트를 넘어선 후 경험했던 대폭.장기간의 냉각기도 앞으로의 투자행태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요인들간의 힘겨루기속에 벌어질 지수 1천선 돌파를 위한 공방이 주목된다.

지난주에는 앞으로 우리경제에 여러가지로 영향을 미칠 일들이 벌어졌다. 삼성자동차 문제는 결국 사재출연후 법정관리라는 방법으로 '일단' 결말을 냈다.

이 방식은 사재출연이란 여론을 수용한데다 채권단의 부담을 없앴다는 점, 나아가 정부와 사전교감의 흔적이 역력했다는 점에서 최종해결안으로도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회장이 본인소유의 삼성생명 지분 대부분을 내놓는 방식으로 이뤄진 사재출연은 '삼성생명의 공개' 라는 민감한 사안과 연결되었고 이는 또다른 특혜의혹으로 비화되고 있다.

삼성생명을 포함한 생보사의 공개허용은 그로 인한 이익배분과 관련한 주주와 계약자간의 해묵은 '기여도' 논쟁으로 이어지게끔 돼 있다.

문제는 '몫가르기' 가 항상 그러하듯 이 논쟁도 딱부러진 결론을 내기가 쉽잖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혜시비와 부산 민심의 반발 등을 의식한 정부가 삼성생명은 공개유보, 부산 삼성차공장은 대우 인수 쪽으로 흐르는 듯하니 도대체 어디로 가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기껏 내놓은 '해법' 이 더 복잡한 해법을 필요로 하는 형국이다.

5일 관계장관회의를 열겠다고는 하나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일은행은 우여곡절끝에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털이 인수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 것으로 보인다. 공식발표가 자꾸 미뤄지고 있는 점이 찜찜하지만 타결은 분명하다는 금감원 말을 믿는다 할 때, 조만간 전국적인 지점망을 가진 외국계 대형은행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본격적인 외국은행 시대의 개막은 관치금융에 길들여진 국내은행의 운영행태의 변화나 은행간의 '세 (勢) 불리기' 경쟁 등 은행권 전체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태욱 경제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