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참사현장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형 참사를 빚은 '씨랜드' 의 화재는 화재대비가 전혀 없는 건물, 지도교사도 없이 어린이들만 방에 재운 점, 뒤늦게 출동한 소방차 등이 합쳐져 빚은 인재였다.

◇ 화재 무방비의 수련원 건물 = 98년 11월에 사용허가를 받은 이 건물은 그동안 단 한차례도 소방점검이나 전기시설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부터가 문제다.

수련원의 3층 건물은 1층만 콘크리트일 뿐 객실로 사용된 2, 3층은 철제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가건물이다.

얇은 철판으로 된 컨테이너는 이날 진화 (鎭火) 과정에서 무너져내릴 정도로 약한 구조였다.

객실 천장은 인화성이 강하고 화재시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스티로폼을 마감재로 사용했다.

게다가 건물내벽은 합성목재가 덧붙여져 있었다.

또 6백30명을 수용하는 건물에 비상계단을 양쪽에 한곳씩만 설치하는 강심장을 보였다.

복도 폭이 1.5m밖에 안돼 수백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피신하기에는 턱없이 좁기도 했다.

◇ 무용지물인 소방시설 = 314호실에 묵고 있던 천경자 (千慶子.37.서울 소망유치원 원장) 씨는 "사고 건물에 6개의 자동 화재탐지기가 있었지만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고 밝혔다.

건물내에는 14대의 소화기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는 상태였다.

현장을 확인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정재희 (48) 씨는 "대부분의 소화기 노즐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고 일부는 애초부터 내용물이 없는 빈 통이었다" 고 밝혔다.

소방시사신문사의 배일한 (39) 편집국장은 "비치된 소화기는 검사날짜도 기록돼 있지 않은 불량제품" 이라고 말했다.

◇ 진입로 문제 = 2~3㎞에 달하는 수련의 집 진입로는 승용차의 교차운행이 불가능한 폭 4~5m의 좁은 비포장 길이다.

게다가 이 도로는 李모 (56.수원시 거주) 씨 소유의 사유지에 나 있다.

李씨는 이 도로의 폭을 2.5~3m만 남겨놓고 길 양옆에 철골구조물과 철조망을 설치하고 출입문까지 달아 소방차가 이곳에서만 20여분을 허비했다.

의용소방대원 김시규 (40) 씨는 "철조망과 철근구조물에 막혀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허둥대다가 하는 수 없이 바다쪽 모래밭을 통해 진입했다" 며 "제대로 진입했더라면 불길을 훨씬 빨리 잡았을 것" 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인솔자의 무책임 = 최초로 화재가 발생해 19명의 희생자를 낸 301호실에는 지도교사조차 없었다.

인솔교사들은 맞은편인 314호실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어린이들은 깊은 잠에 들어 있다 화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화성 = 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