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돈의 뉴욕뉴욕] 4천불짜리 'DJ 스테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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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인당 한끼 저녁식사가 최고 4천달러. '

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 도널드 그레그)가 김대중 대통령의 뉴욕 방문에 맞춰 개최하려다 일정 변경으로 무산된 만찬회 티켓을 환불해주는 과정에서 공개된 금액이다.

당초 7월 8일로 예정됐던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에는 金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 관계자들과 뉴욕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지.상사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카터 전대통령은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 상을 金대통령을 통해 받기로 돼 있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이 만찬을 기금마련의 장 (場) 으로 활용키로 하고 1인당 5백달러에서 4천달러에 이르는 티켓을 만들어 관계 기업인들에게 구입을 요청했다.

사회단체나 자선단체가 저명인사 초청 만찬회를 개최하고, 참석 티켓을 팔아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이 한국 기업인인 참석자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처럼 비싼 티켓을 샀느냐 하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형편이 어렵긴 하지만 명색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인데 모른 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한국의 한 대기업 그룹에서는 가장 상석인 4만달러짜리 원탁 (10명 착석) 티켓을 구입했다.

형편이 어려운 일부 은행이나 중소기업은 4~5개사가 어울려 원탁 하나를 사들이기도 했다.

티켓 환불소동을 떠나 이번 만찬행사가 무산된 것은 사실 외교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전직 미국대통령을 상을 주겠다며 불러놓고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의전상 큰 결례였다.

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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