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맥짚기] 빗장걸린 단독주택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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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기회복에 힘입어 아파트값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단독주택 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가득하다. 값도 값이지만 거래가 안돼 옴짝달싹도 못하는 수요자들이 부지기수다.

헌 단독주택을 헐어내고 여기다 대 여섯 가구가 세들 수 있는 다가구주택을 지은 사람들의 사연은 눈물겹다. 환란 (換亂) 으로 전셋값이 크게 떨어져 이 차액을 내주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가 비일 비재하고 월세를 떼먹고 야밤 도주하는 세입자까지 생겨 돈 걱정 뿐 아니라 마음고생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전 재산을 털어 다가구 임대주택을 지었던 직장 은퇴자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몽땅 날리는 허망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올해들어 전셋값이 회복돼 사정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단독주택 시장은 별로 변한 게 없다.

단독주택 소유자들은 그래서 아파트 위주로 돼 있는 정부의 편협적인 주택정책을 나무라고 있다. 주택경기 활성화 방안 덕에 아파트 시장은 활기차 있지만 단독주택 시장엔 봄 기운을 느끼기 힘들다고 불만이다.

단독주택은 신규 주택 매입 때 주어지는 양도소득세 면제 및 취득.등록세 감면혜택을 볼 기회도 거의 없다. 아파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도록 해 놓았으니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지어 본들 찾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건축법이 바뀌어 다가구를 다세대주택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길을 터 놓았지만 소방법 등 다른 규정 때문에 이도 쉽지 않다고 목청을 높인다.

실상을 파악하고 보면 이들의 주장이 아전인수 (我田引水) 식이라고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독주택 거래가 활발하면 동네 건축 일감이 생겨나 서민들의 일자리가 많아져 국가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단독주택 경기를 살리려면 투자자들이 몰려 들 수 있는 혜택을 주어야 한다.

신규 아파트는 이달말까지 계약해 완공후 5년내 팔면 양도세를 안내는 혜택을 주면서 기존 단독주택은 집주인.세입자 다 파산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해결할 묘안이 없느냐는 게 단독주택소유자들의 지적이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단독주택의 투자 분위기를 살려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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