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화제 2선] 한.미 참전장교 44년 이어온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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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전쟁 때 같은 참호 속에서 전투를 했던 한국군 장교와 미군 장교가 전후 44년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온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전쟁 당시 제2사단 포병 연락장교 김상범 (金相範.68.부산시 남구 대연동) 소위와 제2사단 일반지원 포병 연락장교였던 미 제3사단 소속 존 커닝햄 (71.미 텍사스주) 소위. 이들은 52년 11월 강원도 철원의 한 참호에서 처음 만났다.

말은 안통했지만 추위로 고생하던 커닝햄 소위에게 金소위가 솜옷을 챙겨주면서 금세 친해졌다.

53년 4월 커닝햄 소위가 미국으로 떠나자 金소위는 태극기와 검정 고무신을 선물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고, 55년 7월 金소위가 미 오클라호마의 포병학교에 7개월간 유학하며 인연이 계속됐다.

이후 44년간 이들은 1천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다져왔다.

재향군인회는 지난달 金씨의 사연을 듣고 커닝햄을 초청, 두 참전용사의 만남을 주선했다.

지난 20일 부인과 함께 방한한 커닝햄은 "목숨을 바쳐 지켰던 한국이 민주화와 경제위기의 가시밭길을 거쳐 이만큼 성장한 것을 보니 기쁘다" 고 말했다.

한편 '단장의 능선' 전투에 참여했던 미군 에드워드 리 바커 소령의 아들 홀 바커 (52) 는 95년 미국내에 한국전쟁의 실상을 알리고 참전부대 전우와 가족들을 연결시켜 주는 홈페이지 (http://www.koreanwar.org) 를 개설해 인기를 끌고 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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