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머리서 발끝까지 책임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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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명동은 지금 절반은 영업, 절반은 공사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인테리어 업자인 김주훈 (金周勳.35) 씨. 그는 지난 4월이후 일감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즐거운 비명이다. 현재 의뢰받은 곳만 10여군데.

'한국 상가 (商街) 의 터줏대감' 이라 불리는 명동이 꿈틀 거린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를 서서히 벗고 경제회복의 신호로 해석하는 이도 많다. 동대문.강남 신흥상권에 밀려 주춤하던 명동이 부활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것으로 볼 수 있다.상인들은 "임대가 안돼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일세 (日貰)점포가 경기회복에 힘입어 점차 사라지고 있을 정도" 라고 입을 모은다.

철수했던 의류상가도 다시 입점을 서두르고 있다. 일부 상가는 권리금까지 다시 뛴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이재희 (李宰熺.49) 씨는 "명동 2번지 1층 30평짜리 상가의 경우 현재 보증금 5억원에 월 임대료 2천만원으로 올초보다 약 30%정도 올랐다" 고 말했다.

증권시장의 호황도 명동 상권 부흥에 한몫 한다. 주식값이 오르면서 금융가의 유동자금이 이곳의 은행.투자회사, 사채시장에 흘러 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투자상담파트 유계향 (劉桂香.34) 대리는 "상인들이 이젠 주식투자로 벌어 들인 여유자금을 점포 확대로 재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 말했다.

명동이 옛명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꾸준히 늘어난 패션몰도 큰 몫을 했다.

'머리서 발끝까지 몸에 걸치는 모든 걸 책임진다' . 유투존.V익스체인지.트렌드20.ENVY, 햄버거 유니버시티까지 20여곳의 패션몰이 새단장해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 대형매장들은 상류층만을 상대하던 70년대 명동의 고급 양복점과 의상실의 '자존심' 을 현대적으로 복원한게 주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즉, 10대후반~20대초반의 여성을 끌어 모으는데 대 성공한 것. 따라서 이들은 단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닌 다양한 이벤트와 편의시설을 갖춘 멀티 쇼핑몰로 유명하다.

회사원 백진희 (白眞喜.21) 씨는 "명동은 쇼핑을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즐기러 오는 곳" 이라며 "이곳서 물건을 보고 값 싼 동대문 등에서 옷을 사는 친구들이 많다" 고 말했다. 명동을 찾는 쇼핑인구는 하루 평균 2백만명 안팎.

최근엔 외국인들까지 크게 붐빈다. 오전엔 전체 쇼핑객중 25%정도가 외국인들로 이색 풍경을 자아 낸다.

악세사리점인 '포피' 의 이진숙 (李珍淑.31) 사장은 "일본인은 물론 중국, 대만, 러시아.남미계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고 말했다. 따라서 외국인을 위한 쇼핑거리를 새롭게 조성하는 것은 이젠 명동 재도약의 화두가 됐다.

서울 중구청은 이와 관련 남대문시장과 북창동, 명동을 묶어 관광특구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남대문을 건강식품과 특산품 쇼핑시장으로, 북창동을 음식과 위락시장으로, 명동을 최첨단 패션공간으로 특성화 한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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