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등 3관왕 ‘날개 단 호랑이’ 김상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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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상현이 24일 히어로즈전 3회 말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는 시즌 36호 홈런을 날린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군산=김민규 기자]

2009 프로야구 최고 히트상품은 10년 동안 진흙 속에 묻혀 있었던 진주 김상현(29·KIA)이다. 그는 홈런(36개), 타점(127개), 장타율(0.628)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며 KIA의 정규시즌 1위를 맨앞에서 이끌었다. 사상 처음으로 이적 첫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수상도 확실시된다.

◆포기를 몰랐다=2000년 군산상고를 졸업한 김상현은 대학 대신 프로를 택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했다. 2차 지명 신인 라운드 46순위로 계약금 6000만원에 입단한 팀은 해태(현 KIA)였다. “첫해엔 1군 구경도 못했다. 이미 한 해 전 포지션(3루수)이 같은 정성훈(29)이 입단하면서 설 곳이 없었다.” 힘만큼은 최고였지만 정확성이 떨어지고 수비도 약했던 유망주는 2002년 LG로 트레이드됐다.

그는 LG에서도 미완의 대기였다. 홈런 열 개를 때린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김상현은 “안 되나 보다 싶었다. 스무 살엔 홈런왕을 꿈꿨는데 점차 먼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견디기 힘들었지만 야구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바보가 됐다. 아무 생각 없이 땀 흘리며 뛰었다. 그렇게 견뎌냈다”고 털어놨다.

◆욕심은 버렸다=김상현의 성장을 기다리다 지친 LG는 지난해 말 히어로즈에서 정성훈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정성훈과 친구 사이인 김상현은 “넌 참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며 웃었다. 그는 4월 21일 친정팀 KIA로 트레이드됐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7위였던 KIA는 김상현의 영입과 함께 수직 상승했다. 김상현은 “조범현 감독님과 황병일 타격코치님이 무조건 믿어줬다. 수비는 못해도 좋으니 방망이만 잘 치면 된다고 하셨다. 뭔가 궁합이 맞았다. 신뢰를 받으니 약점인 변화구도 잘 때리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8월에 역대 월간 최다 타이인 15홈런과 38타점을 쓸어담았다. KIA가 1위로 나선 시점과 일치한다.

올 시즌 5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김상현은 “기술은 두 번째 문제다. KIA에서는 욕심과 조바심을 버릴 수 있었다. 내가 홈런왕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유망주다. 9월 들어 욕심을 내자 타격이 흐트러지더라.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갔고, 내 페이스를 찾았다”며 웃었다. 김상현의 등장은 세상의 모든 유망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군산=김식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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