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격려금 관행] 대기업회장도 100만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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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손숙 환경부장관의 격려금 수수 파문으로 연극계의 격려금 관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孫장관이 전경련측으로부터 받은 돈 2만달러를 순수한 격려금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극계에서는 유명 정.재계 인사들이 공연관람 후 격려금을 건네는 일이 잦다.

대부분 초대권으로 공연장을 찾기 때문에 대기업 회장급은 극단 측에 티켓 비용조로 1백만원선, 정치인들은 20만~50만원 선에서 '인사' 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연극 관계자들은 아무리 많아도 2백만원을 넘는 예는 극히 드물다고 밝히고 있다.

이 돈은 출연 배우와 스태프진의 회식 비용으로 사용하거나 모자라는 제작비를 채워넣기도 하는 등 공연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전액 극단의 살림살이에 쓰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기업협찬의 경우 많게는 억대의 돈이 오가지만 기업 홍보실에서 일정량의 티켓 요구와 기업 이미지 광고를 요구하는 등 깐깐한 조건이 붙는다.

이와 별도로 배우 개인에게 촌지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기도와 함께 배우 개개인의 정.재계 인맥에 따라 주어지는 것으로 연극계에서 이만한 위치에 있는 배우로는 孫장관과 함께 연극계 빅3로 꼽히는 Y.P씨 정도에 그친다.

이 경우 촌지 성격에 따라 제작 극단과 적당한 비율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IMF 관리체제 이후 기업협찬이 거의 끊기다시피한 공연계 상황 속에서 孫장관은 스폰서를 가장 잘 구하는 배우로 꼽혀 왔다.

평소 마당발로 통하는 孫장관의 인맥 덕도 있지만 DJ와의 개인적 친분 탓에 공연마다 재계 인사들의 스폰서 자청이 줄을 잇는다는 소문이 연극계에서는 파다하게 돌았다.

이번 파문에 대해 연극계에서는 격려금 액수가 지나치게 과한데다 孫장관이 장관으로서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뮤지컬 '명성황후' 연출자 윤호진씨처럼 "배우들에게는 자연스런 관행" 이라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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