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료지원 북한서 오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청와대는 북한측의 일방적 회담 취소에도 불구하고 회담 성사를 비교적 낙관. 북한측의 회담 취소 사유 자체가 오해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실은 그만큼 기대를 거는 게 큰 이유인 듯싶다.

청와대는 취소 사단이 비료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당초 우리측은 21일까지 비료 10만t을 주고, 이어 10만t을 추가 지원키로 돼 있었다는 것. 그런데 우리측이 당초 약속대로 21일까지 10만t을 보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유인즉, 비료 운반선이 여수에서 비 때문에 늦게 출항했다는 것. 이 배에는 2만2천t의 비료가 실려 있고 그것이 전달되면 약속된 10만t을 채우게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배는 오후 9시30분 북방한계선 (NLL) 을 넘어 22일 오전 6시 남포항에 도착하기로 돼있다.

하지만 북한측은 그것을 우리가 고의로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고 그것이 회담 연기의 사유가 됐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따라서 북한측이 비료를 받고 나면 입장이 달라질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어차피 약속이행이 늦어진 만큼 회담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22일 오후쯤에는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이렇듯 모든 것을 북한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말하고 있는데, 그러나 그것은 기대감이 반영된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측이 회담시간을 5시간 연기하자고 할 때도 회담 성사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21일 회담을 갖기로 했고 시간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측의 시간 연기는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예단하지 말아달라" 고 주문하기도 했다.

베이징 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던 정부측은 말은 괜찮다고 하면서도 이날 회담 자체가 불발되자 청와대는 다소 난감해 하고 있다.

○…임동원 (林東源) 통일부장관은 북한이 재차 회담을 연기하자 오후 4시쯤부터 베이징측 연락창구인 남북대화사무국에서 베이징 대표단과 직접 연락을 취하며 현장을 지휘.

통일부 관계자들은 그럴 리 없다면서도 북한측이 북한 대사관 기자회견과 함께 또다시 회담 자체를 연기시키자 맥빠진 모습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은 회담 연기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고 말하고 "그러나 지난해 당국간 회담에서도 첫째날 회의를 연기시킨 전력이 있는 만큼 좀더 관망해 보자" 고 기대감을 표시.

이연홍.김성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