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환경련의 '특별한' 시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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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환경운동연합에는 개인의 욕망을 사회적 욕망과 일치시키며 살아가는 적극적인 참여파 시민들이 있다.

이들은 생활 그 자체를 환경친화적으로 소화시킨다.

중소기업은행 신문로 지점의 박종권 지점장 (47) .환경련 운영위원인 그가 책임자로 있는 지점에 들어서면 헌 넥타이 수십 개가 걸려있는 걸이가 눈길을 끈다.

누구든 매고있는 넥타이가 싫증나면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넥타이로 바꿔 맬 수 있게 해놓은 것. 또 출입문 옆 벽에는 고객들이 폐건전지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충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고객 접대 (?) 는 술집이나 식당 같은 곳이 아니라 동강이나 갯벌에서 자주 이뤄지며 업무적인 용건이 끝나면 늘 환경문제로 화제를 돌리곤 한다.

다니는 교회에서는 생명환경위원장을 맡아 교우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환경 전도사' 이기도 하다.

부직포 (不織布) 를 생산하는 하코 (주) 의 윤준하 회장 (51) 은 환경친화적인 기업경영을 철학으로 삼고있는 인물. 환경련 상임집행위원장인 그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본부나 운동 현장을 찾아다니는 열성을 보인다.

지난 71년 고려대 재학 중 '김대중 (金大中) 내란음모사건' 에 연루돼 옥살이를 하던 중 환경공부에 몰두, 환경운동과 기업경영의 '겸업' 에 나서게 됐다.

환경운동이 억압받던 시절 공안당국에 불려가기도 했던 그가 지금은 오히려 그 곳 직원들을 상대로 환경에 관한 강연을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환경련 살림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자비로 직원을 3~4명씩 파견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폐 (廢) 플라스틱으로 기름을 짜내는 새로운 환경친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환경련 상집위원 구희숙씨 (50.안양시 거주) 는 87년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 시절부터 환경운동에 참여한 열성 주부.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동기에서 환경운동을 시작한 그는 요즘 환경련의 '주부지킴이' 회원 10명과 함께 백화점 등을 돌아다니며 비닐봉투사용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해 'IMF실업자' 대책으로 실시한 '생명의 숲 가꾸기' 공공사업이 지방의 경제림을 가꾸기보다는 인근 도시림을 훼손하는 결과를 빚자 혼자 언론사 등을 뛰어다니며 반대여론을 끌어내기도 했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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