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서비스뱅크 '테크미' 삼총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처음엔 여자가 컴퓨터 수리를 하느냐고 놀라지만 편하니까 친절하게 맞아 주죠. 컴퓨터같이 섬세한 기계는 여자가 유리할 수도 있어요. " 여성 컴퓨터 도우미 (일명 테크미) 김은주 (金銀珠.32) 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컴퓨터 애프터서비스 전문업체인 서비스뱅크가 최근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한 50명의 테크미 중 한 명. 테크미는 테크니션과 도우미의 합성어로 컴퓨터 관련 여성 인력을 의미하는 데 국내에서 PC수리부문에 여성이 공개적으로 진출한 것은 처음.

PC를 3년 이상 만진 경력이 있고 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 하는 등 다소 까다로운 자격조건에도 공개모집 때 신청자들이 7백명을 넘을 정도로 몰렸다.

"기술도 배우고 직장도 갖고 싶었다" 는 박지연 (朴志蓮.35) 씨와 "컴퓨터 기술은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고 이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는 송윤아 (宋允兒.27) 씨도 金씨와 함께 뽑힌 테크미 3총사.

이들의 일과는 원칙적으로 출퇴근 개념이 없는 재택근무로 집에서 가정 일을 보다 회사에서 연락을 받고 움직인다.

보통 자신의 집 부근의 고객들을 찾아 다니는 데 하루 5건 정도의 PC수리를 맡게 된다. 급한 개인사정이 있으면 회사에 연락해 자신의 업무를 다른 테크미에게 돌릴 수도 있다.

朴씨는 "다른 직장에 다닐 때는 간혹 불만을 가졌던 남편도 이번 일은 앞장서 도와준다" 며 웃는다. 스스로 시간이 빌 때 일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 "연수를 받고 있지만 힘들지도 지겹지도 않다" 는 宋씨는 "PC를 뜯었다가 붙였다가 하는 게 재미있다" 고 설명했다.

더구나 주변에서 컴퓨터 기술을 배운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워 하더라고 자랑한다. 교육도 받고 하고 싶을 때 일을 하는 데 비해 보수도 적지 않다. 테크미는 기본급 35만원에 A/S 한 건당 4천5백원을 받는다. 매일 5건씩 한 달 20일 정도 일하면 8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이원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