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이후] 모니터 속의 교전…컴퓨터게임 방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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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군과의 15일 서해 교전은 첨단장비를 운용하는 우리 해군의 '완승' 이었다.

◇ 1단계 컴퓨터 추적 = 15일 오전 6시쯤부터 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 15척과 경비정 2척의 움직임이 연평도 해안의 해상감시 레이더와 해군 고속정 (PKM) 호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함정이나 해안기지의 레이더에 잡힌 북한 경비정의 동향은 곧바로 인천 제2함대 사령부 및 진해 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의 컴퓨터로 취합됐다.

지휘통제실 흑백 모니터엔 변화무쌍한 적 함정의 동태가 리얼 타임 (같은 시간대) 으로 중계되고, 이는 다시 분쟁수역내의 개별 함정에 전달돼 각 함정 모니터에 똑같은 장면이 떴다.

갑자기 나타난 북한 어뢰정 역시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상황실 수병이 컴퓨터 마우스를 화면상의 적선에 갖다 대고 한차례 클릭하자,점모양이었던 경비정이 확대돼 대청급 (4백20t).상하이급 (1백55t) 등 함정의 종류.크기가 자동으로 판별돼 나왔다.

◇ 2단계 컴퓨터 발포 = 15일 오전 9시27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남북한 함정의 충돌현장을 지켜보던 박모 제독 (제2함대 사령관) 은 "적 함정에 사격기미가 있다. 사격해오면 즉각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하라" 고 지시했다.

그 순간 작전현장의 경비정 4척과 초계함 1척엔 사격통제시스템이 가동됐다.

각 함정의 포술장 (포 지휘관) 앞에 놓인 컴퓨터엔 북한 함정중 아군에 가장 큰 위협대상인 함정부터 차례차례 나타났다.

초계함 컴퓨터에 북한 어뢰정 1척이 껌벅이기 시작했다.

포술장이 사격통제 컴퓨터에 각 함포가 겨냥해야 할 적선을 지정했고, 사통사 (射統士.발포 수병)가 76㎜함포 발사버튼을 눌렀다.

잠시후 북한 어뢰정의 기우뚱거리는 모습이 함정 상황실의 사격통제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났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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