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문화사 추적…'사랑, 그 딜레마의 역사'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사랑 만큼 주관적이고 다양한 표출 방식을 보이는 게 있을까. 사랑은 기쁨 아니 슬픔이라 말하듯 사랑을 받아들이는 관점도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소위 사랑을 하면서도 정조를 지킬 수도, 바람을 피울 수도, 잠시 서로에게 재미를 볼 수도 있는 게 인간이다.

'사랑, 그 딜레마의 역사' (장혜경 옮김.끌리오.1만원) 는 사랑이란 언어를 한번도 삶 속에서 밀어낸 적이 없는 인간의 역사를 따라 그 의미를 짚어가고 있는 책. 그리스 신화에서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니체.프로이트까지 사랑이라는 개념의 변화를 풀어 쓴 사랑의 문화사다.

책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양상은 시대에 따라 독특하고 다양하다.

여자는 결혼이나 사랑을 꿈꿀 수 없었고 남성들에겐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라는 이유로 동성애를 가르친 고대 그리스 시대. 승화된 오르가즘을 중시해 영육의 결합으로 인한 황홀경에서 육체적 욕망을 추방해 버린 중세.

그리고 남편과 아내의 지위가 동등해지는 르네상스와 우리가 생각하는 연애결혼이란 개념이 등장한 18세기. 역사서술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행간에 읽히는, 저자인 독일 문예학자 볼프강 라트가 보는 사랑의 관점은 이렇게 이해된다.

인간에게 사랑이 없다는 것처럼 불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지만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사랑은 의도적인 결정이며 자신과의 작업을 요구한다" 는 것. 그러나 언제나 그 사랑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사랑의 역사속에 잠재하고 있는 딜레마의 요소인 것이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