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컵 국제축구] 김병지 '화려한 외출' 퇴출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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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김병지 (29.울산 현대)가 흔들린다. 지난 95년 대표팀에 발탁된 후 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세 경기에 모두 출전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였던 김이 코리아컵 국제축구대회에서는 두 경기 연속 벤치에 앉아있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5일 벨기에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집중력을 상실한 플레이로 두골을 내주고 결정적인 위기를 연거푸 초래, 허정무 감독의 진노를 산 김은 지난 12일 멕시코전에서 주전 장갑을 이운재 (수원 삼성)에게 내주고 말았다.

김은 15일 이집트전에서도 스타팅으로 나서지 못해 이에게 완연히 밀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김병지의 부진은 자신이 초래한 결과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구단과의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국내 스포츠선수 사상 최고연봉 (2억2천만원) 을 받아낸 김은 시즌 중에도 CD롬 발표.패션쇼 출연 등 돌출성 이벤트를 잇따라 벌였다.

또 경기를 앞두고 방송사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소매치기를 잡는다고 출연자와 격투를 벌이는, 프로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외도' 를 하기도 했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축구를 알리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는 변명과 달리 그의 '화려한 외출' 은 경기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지난 대한화재컵에서 김은 8경기에서 11실점, 8경기 이상 뛴 8명의 골키퍼 중 신인 권찬수 (천안 일화) 를 빼고는 방어율이 가장 나빴다.

'골넣는 골키퍼' '필드의 패션모델' 등 화려한 수식어 속에 승승장구하던 김병지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김의 출중한 기량과 타고난 승부근성을 믿는 팬들은 그가 이번 좌절을 쓴 약으로 삼아 한단계 더 성숙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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