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급 회담 90분간 말싸움…교전싸고 분위기 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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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동안 판문점에서 열린 북한.유엔사간 장성급 회담은 서해 교전사태와 관련한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종결됐다.

특히 회담 직전 남북이 총격까지 오가는 무력충돌을 빚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회담장은 얼어붙었다고 회담관계자는 소개했다.

비공개로 열린 회담에서 유엔사측 수석대표 마이클 던 소장 (미군) 은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 (NLL) 침범과 발포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며 즉각적인 철수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유엔사는 또 북한측 대표에게 북방한계선이 수십년 동안 남북한 양측 모두에 한반도 동.서해상의 실질적인 경계선으로 인식돼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유엔사의 제안에 대한 북한측의 협조를 촉구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판문점에서의 대화채널을 항상 열어두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북한측 수석대표인 판문점 대표부 이찬복 대표 (중장) 는 "교전사태가 남측의 선제공격으로 발생한 것" 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우리측의 사과와 해군함정 철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북방한계선이 국제법상 북한에서 12해리 이내이기 때문에 북한 영해라면서 남한 해군함정이 즉각 철수하지 않는다면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 는 주장을 되풀이해 양측은 긴장상태 완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유엔사측 대표는 남북한 교전사실을 전혀 모른 채 회의에 임했다가 북한측이 회담이 시작된 직후 "오전 9시15분쯤 남한 해군이 사격을 가해 우리 병사가 죽어가고 있다" 고 말하자 회담을 잠시 중단하고 국방부에 상황을 문의하는 등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유엔사측 대표로는 던 소장과 존 베이커 준장 (영국).금기연 준장 (한국).프랑세즈 토레스 대령 (프랑스) 등 4명이, 북한은 이찬복 중장.조동현 소장.박임수 대좌 등 3명이 참석했다.

회담장인 군정위 회의실 주변에는 예전보다 많은 북한 경비병과 유엔사측 장병이 배치됐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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