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도계고교 여학생 30명 '막장 체험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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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4일 낮12시쯤 삼척시도계읍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동덕갱입구에서 앳된 얼굴의 여고생 30명이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걸어나왔다.

교복 대신 작업복과 안전등이 달린 안전모, 발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쇠를 넣어 만든 장화 등 광원 복장을 한 여학생들은 난생 처음으로 경험해본 막장 체험에 기진맥진한 모습이었으나 '아빠의 일터' 를 직접 체험했다는 감회에 젖어있었다.

1시간30여분동안의 막장체험을 한 김수진 (金秀眞.16.1년) 양은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고 땀이 줄줄 흐르는 곳에서 아빠가 매일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쌍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며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용돈도 아껴 써야겠다" 고 말했다.

탄광촌에 위치한 삼척 도계고교 (교장 柳範浩)가 지난4일부터 도계광업소 광원자녀 1.2학년 남.여 학생 1백50명을 대상으로 '막장 체험 활동' 을 실시하고있다.

이 행사는 전체 학생 7백48명중 60%가량이 광원 자녀임을 감안, 학생들이 '아빠의 작업현장' 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가족과의 신뢰를 쌓는 인성교육차원에서 학교측이 기획한 것.

오는 19일까지 각 조별로 30명씩 모두 5차례에 걸쳐 실시되는 학생들의 체험장소는 지하 3백50~5백50m지점에 위치한 도계갱과 흥전갱, 동덕갱 등 3개 채탄막장.

4번째로 실시된 지난14일 체험행사에서는 여학생 30명이 광차와 도보로 20도 경사의 내리막 길을 따라 갱입구로부터 2천5백m, 수직지하 5백17m지점의 채탄막장에 들어갔다.

광업소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채탄막장에 들어간 이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곡갱이와 삽 등으로 탄을 직접 캐보는 체험을 한 후 '아빠의 동료' 인 광부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빠가 도계광 채탄광원으로 일한다는 홍은진 (洪銀眞.16.1년) 양은 "작업현장이 너무 폐쇄되고 먼지도 많이 일어나 아빠의 건강이 걱정된다" 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아빠의 은혜에 보답하겠다" 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학부모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지역실정도 이해하기 위해 이 학교 교장.교감 등 교사들도 매번 5~6명씩 학생들과 함께 막장체험에 참여했다.

마지막인 5번째 막장체험은 오는 19일에 열리며 남학생 30명이 갱입구로부터 2천4백60m, 수직지하 3백30m지점에 위치한 흥전갱에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학교측은 체험행사를 한 학생들에게 아빠에게 편지쓰기나 소감문을 자율적으로 쓰도록 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인성교육이 되도록 할 방침. 이 행사를 기획한 홍선기 (洪善基.38) 교사는 "이 행사를 통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의 신뢰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며 "매년 신입생 중 광원자녀들을 대상으로 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고 말했다.

삼척 =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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