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중태도…차관회담 해빙무드 서해침범으로 뒤집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은 그동안 페리 조정관이 제안한 포괄접근방안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 중앙통신은 페리 방북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미 대통령 특사인 페리 조정관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회담에서 조.미 (朝.美) 쌍무관계, 그와 관련된 현안, 아태지역의 평화.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했다" 며 사실 위주로 보도했다.

그러나 페리가 제안한 포괄접근방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 김정일 (金正日) 총비서는 지방에 있는 북한군 제4보병사단을 순시, 페리 방북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당시 "북한은 페리 환대를 통해 미국과의 우호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한편, 페리 제안에 대한 공식 평가를 유보해 대미 (對美) 관계에서의 입지 강화를 노렸다" 고 분석했다.

북한은 그 뒤 남북관계와 관련, 긍정적 변화와 강경자세를 동시에 표출했다.

남북 차관급회담 수락과 북한 경비정들의 서해 NLL 침범이 그것이다.

중앙통신은 또 지난 12일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돌연 비난하고 나섰다.

"햇볕정책이란 남조선의 썩어빠진 반인민적 식민지제도를 북반부에로 연장하겠다는 검은 속심을 포장한 것" 이라는 강도높은 비난 내용이었다.

대북 포괄접근방안이 우리의 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을 기조로 한 것임을 감안하면 북측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분명해진다.

이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