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간도로 떠난 우리 증조부는
흙이 되어
시베리아 모진 바람에
흙모래로 불어와
봄마다 조국강산에
할미꽃으로 피어나고
하와이로 떠난 우리 조부는
사탕수수밭에서 사탕뿌리만
캐다가 물이 되어
태평양의 파도로
동해에 철썩이고
캐나다로 떠난 우리들은
샌드위치를 싸고
식품점에서 동전을 두들기고
하루가 이틀이다
- 이유식 (58.在캐나다) '이민길' 중
한반도 근대사는 이민사를 챙기지 않으면 허황한 것이 된다.
인천에서 화륜선을 타고 몇날 며칠 태평양 너울을 견디며 하와이에 닿자 사탕수수밭 노예 신세가 됐다.
이불과 솥단지 메고 두만강 건너 북간도 황야에 이르니 밤낮으로 뼈가 빠져야 했다.
망국의 시절, 실향의 시절이었다.
그런 피내림으로 오늘의 이민생활도 고단하기 그지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낙원은 없는가.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