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일본 추월은 충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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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실패학의 창시자인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22일 삼성과 LG 등 한국기업들의 약진에 대해 “일본을 추월해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하타무라 교수는 이날 여의도 태영빌딩에서 열린 능률협회컨설팅 초청 특강에서 “이번 경제위기는 과잉 기능을 갖춘 과잉 품질의 물건을 과잉 생산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고 주장했다. 대표적 과잉 사례로 자동차와 휴대전화, 액정 분야를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전화와 메일만 갖춘 휴대전화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컴퓨터와 음악감상, 카메라 기능까지 갖춘 휴대전화가 나오고 있다”며 “정말 이런 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70%를 외국에서 사용하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라며 “이런 무역입국 구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의 경영 전략을 실패학적 패러다임으로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삼성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을 모방하기를 20년 전에 그만둔 것”이라며 “일본이 큰 물고기를 한꺼번에 여럿 낚으려고 했다면, 삼성은 작은 물고기가 많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생각을 바꾸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LG와 삼성이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분야에서 일본을 앞질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절대적 품질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값비싸고 좋은 품질의 단일 제품만 생산했다”며 “삼성은 그런 제품만 고집하지 않고 각 지역의 필요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디지털화였고, 일본은 같은 디지털화를 했어도 삼성처럼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패학과 관련해선 “실패를 통해서만 진정한 과학적 이해를 할 수 있다”며 “용서받을 수 없는 실패는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경우뿐”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실패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안 좋고, 그것이 바로 모든 실패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하타무라 교수는 “기업에서 정보 전달은 상위 조직을 거쳐야 되는데, 실패한 정보는 위로 올라가지 않아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실패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하고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총수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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