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社 쪼개고 외자수혈…中 정보통신업 '환골탈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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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3월초. 중국의 주룽지 (朱鎔基) 총리 책상 위에 제안서 하나가 놓였다. 중국의 정보통신산업을 개혁하지 않고는 21세기가 없다는 요지였다. 가장 시급한 것은 통신산업의 독점부터 깨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돼 있었다. 朱총리는 제안서 가장자리에 지시사항을 썼다.

"국무원이 반드시 도와야 함. 경쟁없이 통신산업 발전이 없음. " 중국 통신산업이 혁명의 파고를 맞는 순간이었다. 개혁의 첫 조치는 유선과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중국텔레콤을 6개 지역회사로 나누는 것.

수도 베이징 (北京) 과 산둥 (山東) 일대 4개성을 묶는 지역과 상하이 (上海) 주변 4개 성.홍콩 주변 6개 성.쓰촨 (四川) 주변 4개 성.칭하이 (靑海) 성 주변 5개 성.내몽고 주변 4개 성으로 각각 서비스지역을 나누도록 했다.

각 지방사의 설립과 재정을 돕기 위해 외국기업의 국내 통신사업 투자지분 한도를 49%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AT&T와 모토로라.마이크로 소프트 (MS) 사가 기술제공 등의 형식으로 이미 수천만달러씩을 투자했거나 계약을 해놓은 상태다.

중국은 12억 인구와 1천2백만 회선의 유선전화망, 8천만명에 이르는 케이블TV 가입자 등 광대한 시장을 갖고 있다는 게 이들 투자기업의 분석. 게다가 최근의 통신수요 증가세를 감안할 때 2000년대 초반에는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서구식 경영기법도 도입되고 있다. 朱총리의 개혁조치 후 처음으로 설립된 전화회사인 '중국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스' 는 8일 "회사 전체적으로 미국식 경영을 하겠다" 고 선언했다.

상하이시 등 4개 행정관청 및 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미국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 '아시아 인포그룹' 의 설립자인 중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티안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또 연말까지 채용할 2백명의 핵심 직원 인선도 모두 티안 사장에게 맡기고, 서구식 경영기법에 일절 이의를 달지 않기로 임원들이 각서까지 썼다.

또 중국텔레콤도 올해부터 MS사의 기술지원을 받을 예정이고, 무선통신업계는 모토로라가 이미 지분참여 형식으로 합작회사를 만들 방침이어서 중국 정보통신업계의 서구식 경영 도입 및 개혁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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