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외국인들 "이젠 빠질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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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기관은 왜 블루칩만 사는 걸까. 앞으로 증시 전망이 좋다던데 외국인들은 왜 계속 파는 걸까." 기관투자가들이 연일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며 주가 오름세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매입하는 일부 우량종목들만 주식 값이 오르는 극단적인 주가 차별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투자자들 사이엔 요즘의 주가 오름세가 '그림의 떡' 에 불과하다는 푸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기관과 함께 '쌍끌이 장세' 를 주도했던 외국인들은 최근들어 이익 낸 종목들을 계속 팔아치우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 기관이 블루칩을 고집하는 이유 = 향후 주가가 더 오를 때를 대비해 물량을 늘려놓는 중이라는 게 펀드매니저들이 말하는 블루칩 매집 배경이다.

한국투신의 나인수 주식운용부장은 블루칩들은 ▶유동물량이 풍부해 투자자들의 환매에 대비할 수 있으며 ▶부도 리스크가 적어 안전하고 ▶최근 증시의 가장 큰 호재인 금리하락의 수혜 폭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러나 증시 일각에서는 이와는 다른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식 살 돈은 넘쳐나는데 살만한 종목이 별로 없어 어쩔 수 없이 블루칩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펀드매니저들은 고민스럽다. 지수는 연초보다 이미 40% 이상 올랐고 웬만한 우량종목들은 값이 크게 오른 상태다.

한마디로 좀 쉬어가면 좋겠는데 고객이 맡긴 돈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향후 주가하락시에 대비한 방어용 (?) 매수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투신권의 한 주식운용 담당책임자는 "펀드운영 성적은 같은 기간의 종합주가지수 등락률과 비교되고 있기 때문에 지수 움직임을 따라가는 블루칩을 사들이는 것이 부담을 줄이는 방법" 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아무튼 여러가지 배경에서 기관투자가들의 블루칩 매집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은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 요즘 외국인이 파는 이유 = 외국인들은 주가가 오르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주식을 팔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8일까지 증시가 열린 날을 기준으로 20일 동안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한 날은 6일에 불과하고 나머지 14일은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중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판 규모는 5천억원이 넘는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을 팔아 이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 4월 주가지수가 5백~6백선에서 주식을 많이 사들인 외국인들이 최근 주가가 8백50선까지 오르자 매물을 쏟아낸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들이 내놓은 매물은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이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인들은 최근 들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뮤추얼펀드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금액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2억달러 가량 줄었다. 이는 지난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20억달러나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앞으로 외국인들의 움직임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되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이에 따라 이달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는지, 올린다면 얼마나 올리는지에 따라 외국인들은 큰 변화를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임봉수.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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