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빅리그 '깜짝 데뷔'…한국인 첫 세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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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비 - 영, 히 - 연, 킴!" 장내 아나운서조차 발음이 어려운 낯선 이름,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언더핸드, 시속 1백50㎞가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은 작은 체구, 현역 메이저리거 중 가장 어린 나이 (20세4개월) .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애숭이가 일요일 아침 메이저리그에 반란을 일으켰다.

'핵 잠수함' 김병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이 30일 (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거두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김은 뉴욕 세이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서 8 - 7로 살얼음의 리드를 지키던 9회말 마운드에 올라 메츠의 2, 3, 4번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해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등번호 49번을 달고 마운드에 오른 김은 선두 에드거 알폰소를 중견수플라이로 처리한 뒤 0.348의 고타율을 기록 중인 강타자 존 올러루드를 4구만에 좌익수플라이로 잡아냈고 이어 마이크 피아자를 5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김은 최고구속 1백50㎞의 빠른 공과 특유의 슬라이더.커브 등 자신의 주무기를 마음껏 구사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어린 선수답지 않게 여유있는 투구를 했다.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간 것이 주효했다" 며 김의 두둑한 배짱을 칭찬했다.

더블A 2개월만에 트리플A 승격, 다시 1개월만에 트리플A에서 빅리그 진입. 빅리그 이틀만에 첫 등판에서 세이브를 올린 김병현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초고속' 이다.

김병현의 상승세는 많은 국제경험에다 메이저리그 수준의 구질, 두둑한 배짱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메이저리그에서는 '희귀종' 인 잠수함 투수라는 '차별성' 까지 갖추고 있다.

낯선 문화와 야구스타일에 적응하기만 한다면 '롱런' 할 수 있는 배경이 갖춰진 것이다.

김의 목표는 선발투수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백스 선발진에는 김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반면 불펜은 허약하다.

김이 초고속으로 빅리그에 진입한 배경도 불펜 보강을 위해서다. 김이 선발의 희망을 접고 불펜에서의 전문성을 키워나가기만 하면 장래가 보장된다는 말이 된다.

김은 이날 경기후 "첫 등판이었지만 떨리지 않았다. 중요한 고비에서 날 믿고 기용해준 감독이 고맙다. 1점차였기 때문에 어떡하든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려고 정면승부했다. TV에서만 보던 피아자를 직접 상대하고 삼진까지 잡아내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광주에 계신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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