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색에 얽힌 色色 사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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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름은 색깔이 화려한 시기. 색을 알면 의외로 세상을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한 그래픽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이 볼 수 있는 색은 무려 7백만가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의 일곱 색깔을 아주 미세하게 조작해도 다 식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많은 색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랑 계열. 빛을 가장 많이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란 색은 눈을 피로하게 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교통안내 간판 중에 노란 색을 쓰는 것은 이처럼 눈에 잘 띄는 원리를 이용한 것. 눈을 편하게 하는 색은 녹색과 파란 계통. 일부에서는 녹색을 자주 접했던 과거 인디언들의 경우 시력이 5.0까지도 가능했다고 추정할 정도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 2.0 이상의 시력은 거의 찾기 힘들다" 고 말한다.

그러나 녹색이나 파란색 계통이 눈에 좋은 것은 분명. 사람을 흥분시키지 않는 색이어서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것도 그 이유가 된다.

파란 색은 그러나 '입' 으로서는 피해야 할 색. 채소.고기 등 먹을 것치고 파란 색은 거의 없는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 정어리 같은 등 푸른 생선의 군청색과 다르다.

정맥을 따라 흐르는 파란 피가 죽음의 상징이듯 파란 색은 치명적 독성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학자들은 음식으로 파란 색을 꺼리는 것은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미국 'M&M' 초콜릿 회사는 초콜릿의 겉을 파란색으로 꾸며 히트를 치기도 했다. 다이어트 관련 제품의 포장 등에 파란색이 많은 것도 인류의 '파란색 피하기' 본능을 이용한 것. 녹색은 또 다산 (多産) 과 불가사의한 치유력을 가진 색으로 인식된다.

서양에서 신부 옷에 녹색을 많이 쓰는 것도 이런 까닭. 녹색이 펼쳐진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위장병이 드물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런던의 블랙프라이어 다리는 녹색으로 페인트칠을 했을 때 이 다리에서 자살한 사람의 비율이 34%까지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색이 넘쳐나는 시대. 제품 디자인부터 선물 고르기까지 구석 구석 색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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