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오고간 페리…'임무완료' 북.미 해빙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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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은 "북한 방문 임무를 완료했다" 고 말했다.

나흘간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온 페리 조정관은 29일 기자들에게 북.미관계에 '모종의 진전' 이 있음을 비추려 했다.

그러면서도 페리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한계를 그었다.

"나는 협상자가 아닌 대통령 특사였다" 고 말했다.

자신이 미 정부를 대표해 한.미.일 3국의 포괄접근방안을 설명하는 단순한 '전달자' 였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자세에 대해 30일 우리 정부 관계자는 "페리는 보고서가 나오기 전 방북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낙관적 추측이 나도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페리가 한.미.일 3국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고 왔다" 고 평가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페리의 방북 결과는 전환기적 중요성을 갖는다" 고 진단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그동안 북한 언론들은 페리의 평양방문 내용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아직도 구체적인 협상내용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의 핵심 관심사인 대북 포괄접근방안에 대해선 한마디 말도 않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 일각에서는 "페리의 방북이 북한의 통미봉남 (通美封南.미국과 대화하되 남한을 봉쇄한다)에 이용된 것 아니냐" 는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페리가 예상과 달리 김정일 (金正日) 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측은 페리가 들고온 보따리 가운데 북.미관계 개선이나 대북 적대정책 포기, 미사일 수출 포기를 대가로 한 경제지원 쪽에만 관심을 집중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당국자는 또 김정일 - 페리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 "김정일이 직접 페리를 만날 경우 마치 북측이 포괄접근방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일 것" 이라고 해석했다.

우리 관계자들은 이런 측면들을 종합, 페리의 방북이 '절반의 성공' 이라고 평가한다.

북측의 여러가지 반응이 수주내 완성될 페리보고서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우리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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