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빨치산의 노래'로 오해 '부용산' 다시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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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때 '빨치산의 노래' 로 잘못 알려졌던 가요 '부용산' 이 부활하고 있다.

29일 오후 6시30분 전남목포시대안동의 대형 레스토랑 '뉴프린스' 에서 '부용산' 을 주제로 한 이색 음악회가 열린다.

소프라노 송광선 (宋光善.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씨 초청 디너쇼 형식으로 열리지만 실은 제 느낌의 '부용산' 을 되찾아 보급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무대엔 '부용산' 을 즐겨 부르는 차범석 (車凡錫.75) 문예진흥원장과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60) 의원, 이 노래를 그럴싸하게 불러 서라벌예고에 장학생으로 들어간 탤런트 임동진 (林東眞.56) 씨 등도 오른다.

애절한 사연,가슴을 저미는 곡조의 이 노래가 탄생한 것은 지난 47년. 목포 항도여중 국어교사로 있던 시인 朴기동 (83.호주 거주) 씨가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뜬 여동생을 보성 부용산 (芙蓉山)에 묻은데 이어 제자 여학생이 폐결핵으로 요절하자 두 죽음을 애도해 쓴 시에다 동료 음악교사 安성현씨가 곡을 붙였다.

워낙 애틋한 정이 느껴지는 탓에 이 노래는 곧 들불처럼 번져 전남 전역에서 애창됐다.

그러나 월북 무용가 최승희 (崔承熙) 의 남편 시조카이기도 한 작곡자 安씨가 6.25때 월북하면서 자연스레 금지곡 (?) 이 돼버려 더 전파되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이 노래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년여전부터. '부용산' 의 진가가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것을 안타까워한 일부 뜻있는 예술.언론인들에 의해서였다.

이에 목포출신 연극인 김성옥 (金聲玉.63.孫淑환경부장관의 남편) 씨 등이 수소문 끝에 가사의 주인공 학생과 같은 반이었던 경기대 김효자 (金孝子.67.여.일본어학과) 교수로부터 유래.악보 등을 찾아냈다.

또 호주로 이민간 작사자 朴씨에게 부탁, 원래 없던 2절 가사까지 완성시켰다.

이번 음악회를 기획한 연극인 金씨는 " '부용산' 은 남도의 전설같은 노래로 목포에 노래비를 세우고 전국 순회공연도 가질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용산' 은 지난 3월 '향수' 의 가수 이동원 (李東原) 의 앨범에 실린데 이어 경원대 이대순 (李大淳.66) 총장 주선으로 교향곡으로의 편곡작업 중이다.

목포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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