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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불견 G2’와 강대국의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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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 뒤 “중국과 미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G2론은 근거 없는 발상”이라고 일축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최고지도자에서부터 외교관과 학자에 이르기까지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사고와 논리가 놀라울 정도로 통일돼 있다는 데 새삼 놀란다. 중국의 겸손함을 평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예로운 G2 대접 받기를 한사코 사양하는 중국의 진짜 속내는 뭘까. 중국의 한 지인은 사석에서 미국이 제기한 G2 개념에 대해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G2라는 범주 속에 중국을 끌어들여 비행기를 태워준 뒤 중국 주머니(외환보유액만 2조 달러)를 털어가려는 미국 전략가들의 두뇌가 비상하다”고 꼬집었다.

미국에 섣불리 농락당하지 않겠다는 중국인들의 경계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중국의 이런 생각을 접하면 대국의 책임감이란 화두를 떠올리게 된다. 중국은 싫든 좋든 G2 소리를 듣고, G2가 될 만한 조건을 꽤 갖췄다. G2란 호칭에는 몸집이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모범을 보여 달라는 지구촌 사람들의 기대감도 담겨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중국이나 미국은 강대국의 책임과는 거리가 있는 꼴불견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산 타이어를 놓고 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분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비록 최악의 위기 국면은 넘겼다지만, 아직도 회복 기조가 튼실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위 선진국과 세계 최대 개도국이 자국 산업 이익을 지킨다며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행태를 보이면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보호무역 공세를 펴고 있어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온전할지 걱정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에서도 G2는 강대국의 책임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빈축을 사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열쇠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G2가 쥐고 있다. 그러나 양국은 각자에게 유리한 통계 기준을 내세우며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G2가 참석한 가운데 다음 주 미국 피츠버그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린다. 12월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지구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두 강대국은 G2란 이름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줄까.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