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싸울 칼 있으면 녹여 쟁기 만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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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 참석자들. 오른쪽부터 이헌재 경제부총리, 김혜경 민주노동당.박근혜 한나라당.한화갑 민주당.김학원 자민련 대표.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민주노동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4당이 19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민생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야당이라고 해서 모이긴 했지만 서로 이념성향이 다르다 보니 생각이 일치한 것보다는 다른 게 더 많았다. 자민련과 한나라당은 보수적이고, 민주노동당은 가장 진보적이다. 그래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는 것 외에는 왜 위기가 왔는지, 그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입장차이가 컸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현재의 상황은 일본형 장기불황과 남미형 장기침체가 혼재한 경제 위기"라고 했다. 자민련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링거를 투입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중병"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응방안에 대해선 생각이 판이했다. 이한구 의장은 "정부.여당 내엔 시장경제주의자와 시장개혁 근본주의자, 분배 우선주의자와 결과 평등주의자 등이 모여 엉성한 동거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것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세정책 등을 통해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민주당도 감세하는 것에 찬성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불균형한 경제구조가 위기를 빚었다"고 주장했다.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제일주의 ▶무분별한 자유화와 규제완화 ▶과도한 경기부양책 등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의 책임 강화, 부유세 신설 등을 통한 경제구조 개편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민노당과 한나라당의 시각차는 노사문제에서 가장 컸다. 그래서 노사 대타협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채택하기로 했다가 취소하고 좀더 논의키로 했다.

야 4당은 상인.중소기업인 등 방청객에게 쓴소리도 들었다. 한 중소기업인은 "왜 이리 싸우느냐"며 "정쟁의 칼을 녹여 생산에 필요한 쟁기로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야 4당은 앞으로도 이 같은 토론회를 계속 열기로 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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