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순·김승태교수 '거미의 세계'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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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거미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은? 정답은 전갈. 진화과정상 전갈도 거미강 (綱)에 속한다. 겉모습이 비슷해 보이는 거미와 곤충은 둘도 없는 천적 관계.

매년 50억 마리가 넘는 '해충' 이 거미에 의해 목숨을 잃곤 한다. 인간이 살충제로 잡는 곤충보다 더 많은 수다. 살해되는 해충의 무게만도 인간 5천만 명분. '애어리염낭거미' 의 자식 사랑은 사람 이상이다.

벼과 식물의 잎 속에 산란실을 튼 뒤 바깥세상과 인연을 끊고 알주머니를 지키는 거미의 자식 애착은 산란 후 새끼들에 제 살을 뜯어 먹히는 데서 절정을 이룬다.

흔히 거미는 관계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거미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교미 전후 암컷의 식욕이 왕성해 이것 저것 다 먹어치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컷까지 포식하는 경우 극히 일부. 이처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미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거미의 생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옛날에 형성된 것. 영국 BBC의 한 조사에서 어린이들은 거미를 사자보다 더 두려워할 정도였다. 어둠침침한 곳에 거미줄을 깔고 먹이를 노리는, 좋지않은 '이미지' 에 더해 독을 뿜어내는 사악한 측면이 부각된 탓.

그러나 실제 독을 뿜는 거미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나마 포유류에 치명적인 거미 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거미의 상징이기도 한 거미줄은 같은 무게 강철보다 5배나 질긴 까닭에 첨단 방탄복 소재로도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거미줄 유전자를 곤충에 집어 넣어 대량생산하는 기술까지 시도되고 있다.

동의보감에 적혀있듯 거미는 고름치료제 등 약용으로도 그만. 미얀마에서는 거미통조림이 나올 정도로 식품으로 사랑받기도 한다.

최근 이런 '거미의 세계' (다락원 간행.1만2천원) 를 다룬 책이 나왔다. 거미.거미줄 그리고 인간' 을 부제로 임문순 (건국대 교수).김승태 (중부대 강사) 박사가 알기 쉽게 풀어 썼는데 연구보고서라 해도 흠잡을 수 없을 정도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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