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매춘'선거 폭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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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홍콩에선 다음달 12일 있을 입법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자치를 지켜야 한다"는 민주파 정당과 "경제.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친중파 정당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특히 주민이 직접 대표를 뽑는 지역구(전체 의석 60석 중 30석)의 선거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선거 중반전에 접어들어 이슈는 돌연 매매춘으로 바뀌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알렉스 호(何偉途.46)가 지난 13일 광둥(廣東)성 둥완(東莞)에서 중국 공안에게 체포, 구속된 것이다. 공안 측은 "1000위안(약 15만원)의 화대를 주고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여성과 동침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일 경우 알렉스는 피선거권 박탈은 물론 6개월의 '노동 개조소' 생활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알렉스는 "공안들이 느닷없이 호텔 방에 들어와 마구 때리고 여성의 속옷과 콘돔을 늘어 놓고 사진을 찍었다"고 반박했다. 강압에 못이겨 '매매춘을 했다'는 자술서를 썼다는 것. 일본 기업체의 마케팅 담당 임원인 그는 업무관계로 중국을 자주 드나든다고 한다.

민주당은 즉각 "정치적인 함정"이라고 반발했다. 판세를 친중파에 유리하게 돌려놓으려고 사건을 조작.확대했다는 것. 민주당은 5명의 의원을 뽑는 주룽(九龍) 동(東)지역구에서 알렉스를 세번째 후보로 공천해 놓았다. 양썬(楊森)주석은 "민주파 후보들의 도덕성을 흠집 내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홍콩 남성이 중국으로 넘어가 외도(外道) 행각을 벌이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표적 단속'을 통해 민주파를 다스리려는 중국 측의 자세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친중.민주파 인사 중 어느 쪽의 매매춘이 더 많을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알렉스의 부인은 "남편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홍콩의 표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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