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황제' 조훈현 일대기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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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훈현9단의 일대기가 나왔다. 조9단의 조카이자 소설가인 김종서씨가 조9단과 함께 홈페이지에 3년간 연재했던 것을 묶은 것이다. '戰神 조훈현'이란 제목의 이 책은 '나는 바둑을 상상한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청년사.310쪽).

이 책에는 월출산 자락에서 자라난 '신통한 꼬마'조훈현에서부터 독서광 조훈현, 포커.장기.마작.스타크래프트.고스톱.블랙잭 등 온갖 게임에 통달한 천부적인 게이머 조훈현의 모습도 숨김없이 담겨 있다. 일본 유학시절 내기바둑을 둔 죄로 15세 때 스승에게 파문당해 도쿄의 한 식당에서 접시닦이로 살았던 얘기, 미국에서 체스를 단 한번 두어보고 체스의 명인을 꺾었던 일, 밤새 무협지를 대여섯권씩 읽고 밤을 꼬박 새우면서도 전관왕으로 우뚝 섰던 얘기 등 바둑천재의 뒷모습도 그대로 소개된다. 세계를 정복한 바둑왕의 이야기와 함께 인간 조훈현의 삶의 과정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운전기사.매니저.코디네이터.요리사.비서 등의 역할을 다 해내며 자신을 받쳐준 아내 정미화씨에 대한 감사의 마음, 아들과 두딸 등 가족에 대한 극진한 사랑 등 조9단의 속내는 비정한 승부세계에서 '전신(戰神)'이란 별명을 얻은 바로 그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부드럽기만 하다. 한글보다 바둑을 먼저 배워 생애 158번이나 우승한 세계 바둑의 꺼지지 않는 신화 조훈현, 그는 최강의 제자를 키워냈으며 한국 바둑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면서 아직도 젊은 강자들과 피나는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조9단은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만난 모든 상대들이 조훈현과 함께 연출한 기보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처럼 격정적이었다고 기억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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