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스와치그룹 티쏘 한국지사장 고재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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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적인 시계메이커인 스위스 스와치그룹 계열 티쏘 (TISSOT) 한국법인의 고재선 (高載善.40) 지사장은 업계에서 '별종' 으로 통한다. 자사 (自社)가 만든 손목.포켓시계 등 5~6개의 시계를 차고 다니며 판촉 활동을 펼치는 특이한 홍보마케팅 전략 때문.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일부러' 팔소매를 걷어부치고 하루 10군데 이상의 매장에 방문하면 처음 가는 가게에서도 십중팔구 웃으며 관심을 보인다" 는 게 그의 설명.

高지사장이 '시계 샌드위치맨' 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듀퐁.질레트 등 다국적 기업의 한국 법인에서 일하다가 97년3월 설립된 티쏘 한국 지사의 책임자가 됐는데, 외환위기 이후 소비 위축에다 수입품 배격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급감하자 비장의 무기를 동원한 것.

그는 "영업이 중요하지 체면이 무슨 문제냐는 생각에서 이런 마케팅에 나서게 됐다" 면서 "처음엔 쑥스럽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고 말했다.

직접 여러가지 시계를 차봄으로서 각각의 장단점을 체득하게 돼 바이어들에게 설득력 있는 마케팅을 펼 수 있게 됐다는 것. "무게를 좀 가볍게 해달라거나 남성 전용 브랜드를 남녀 한쌍의 모델로 만들어 달라는 등 아이디어를 모아 본사에 건의, 현재 본사에서 개발중이다" 고 말했다.

조직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재삼 인식한 것도 적지않은 소득이고 매출에도 도움이 돼 지난해 이곳은 10억원어치를 팔았다. 물론 아직은 규모가 적고 적자지만 이젠 자신이 생겼다는 것.

그는 "올해는 흑자로 돌 것" 이라고 강조했다. "외국 기업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특히 격식.형식에 억매이지 않는 그들의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은 우리 기업이 배울 점" 이라는 그는 "올 여름엔 발목에라도 차고 다닐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 해수욕장 등 휴양지를 돌 계획" 이라고 귀띔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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