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길에서 '슬금슬금' 올라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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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초사동 갱티고개(황산·금암산 중턱)를 오르다 왼편 갱티낚시터로 내려가는 길로 일명 ‘도깨비도로’다. 내리막길에 차를 세우면 거꾸로 올라가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사진=조영회 기자]

“아산에도 도깨비도로가 있다?”

1981년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간 부부가 처음 발견해 유명해진 일명 ‘도깨비도로’. 내리막처럼 보이는 도로에 차를 세워두면 거꾸로 올라가고 반대로 오르막처럼 보이는 곳도 역시 차가 올라간다. “어째 이런 일이!” 처음엔 믿지 못하지만 막상 체험하고 나면 놀랍다. 도깨비도로는 제주도에 가면 찾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관광명소가 됐다.

최근 아산에도 도깨비도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 확인에 나섰다. 지난 10일 오후 3시쯤 찾은 아산시 초사동 황산 갱티고개. 아산 시내에서 신정호를 거쳐 새로 난 자동차전용도로 아래를 지나면 마을이 나온다. 천안에서 갈 경우 자동차전용도로를 타고 신창 방면으로 가다 경찰종합학교 건설현장에서 신정호 방향으로 내려가도 된다.

마을입구에서 500~600m 가량 오르다 보면 왼편으로 갱티낚시터 안내판이 보인다. 이 곳은 새로 뚫린 도로와 구도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왼편 낚시터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바로 도깨비도로다. 언뜻 보기엔 내리막길이다. 낚시터 쪽으로 100m 가량의 내리막길이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도깨비도로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어를 중립에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신기하게도 차가 거꾸로 올라갔다. 두 도로가 만나는 지점까지 차가 올라가 겨우 뒤에서 세웠다. 분명 내리막길인데 차가 내려가지 않고 거꾸로 올라간 것이다. 비록 8~9m 가량의 짧은 거리지만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곳임이 분명했다.

실험방법은 간단하다. 도로가 갈라지는 지점에서 낚시터 방향으로 내려가 이정표가 서있는 지점에 차를 세워놓고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자동차가 뒤로 올라간다. 도로 끝 부분에서 낚시터로 굽어지는 급커브 바로 앞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음료수가 들어 있는 알루미늄캔이나 플라스틱 통을 도로에 내려 놓는 것. 신문에선 방송처럼 동영상을 보여주기 어려워, 움직이는 장면을 연속 촬영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도로가 새로 건설되기 전에는 그런(착시현상이 일어나는) 도로인지 알지 못했다”며 “우리 마을에 도깨비도로가 있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관광코스로 개발 가능=도로가 협소하고 짧다는 게 아쉽지만 관광코스 중 하나로 개발하기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도깨비도로는 갱티고개가 있는 황산(347m)을 비롯해 월라산(247m)·신정호 수변공원과 남산(183m)자연공원, 도고온천 등이 있어 관광코스로 연계하면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제주도 도깨비도로의 경우 측량 결과 착시현상으로 밝혀졌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산 도깨비도로도 등산로 등과 연계하면 관광자원으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산시는 현재 11월 이전 예정인 경찰종합학교 뒤편 황산에 등산로를 정비·개설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해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현장확인을 통해 도깨비도로로 확인되면 주변 관광지 등과 연계한 관광코스로 개발도 검토해 볼만 하다”며 “아산에도 이런 도로가 있다는 것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도깨비도로=‘신비의 도로’ ‘도깨비도로’ 등으로 불린다. 지표측량에 의해 오르막길로 보이는 쪽이 경사 2~3도 가량의 내리막길이며 지형 때문에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제주도를 비롯해 경기도 의왕, 강원도 평창 등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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