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경제전망] '허리띠 경영'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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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채용.매출 = 차차 갬, 투자.임금 = 흐림' . 30대 그룹에 대한 이번 설문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경영실적 호전에 따라 채용을 일부 늘리겠다면서도 투자와 임금은 동결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많다.

인력부문을 제외하곤 아직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단 지켜보자' 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란 얘기다.

다만 경기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하반기에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투자가 좀더 활성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설문에서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고 답한 기업들도 '현재로선' 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어 여건변화에 따라 변경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밖에 대기업들은 올해말까지 주가와 부동산 시세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도 좀더 올라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의 저금리 기조 덕분으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지만 언제 다시 금리가 오를지 몰라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 경기 회복이 피부에 와 닿는다 = 경영 일선에서 경기회복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금씩 느낀다' 는 긍정적 응답이 16개사로 과반수 (57.1%) 를 차지했다.

별로 못 느낀다는 응답은 4개사에 불과했다.

특히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밝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경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많이 또는 약간 나아진다' 란 응답이 22개사 (78.6%)에 달했다.

실제로 LG.삼성전자 등 전자업체와 현대.기아.대우자동차 등 자동차업체들은 올 매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편 경기회복의 걸림돌로는 수출둔화를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노사분규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정책과 금융기관 조치간에 차이가 있어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도 있었다.

정부의 경기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17군데가 '부양책이 필요하다' 고 답해 경기부양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다음은 ▶그대로 두면 된다▶진정책이 필요하다 등의 순이었다.

◇ 채용은 늘린다 = 올 하반기에 신규인력 채용을 늘리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LG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 정규직 1천명 이상을, 대한항공이 4백명을 각각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수시로 뽑고, 삼성은 자동차 빅딜이 마무리돼 자동차 인력을 계열사에 분산 배치하는 6월말께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는 현재 대우증권에서 5백명을 선발 중이며, 상반기 중에 대우자동차 영업사원을 1천명 뽑을 예정이다.

하반기는 아직 미정이지만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추가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는 것. 중견 그룹 가운데도▶한솔 인턴 50명▶효성 정규직 1백~2백명.인턴 60명▶진로 정규직 50명▶삼양사 정규직 40명 등을 채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SK와 한화.포항제철 등도 채용 시기와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하반기에 신규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 임금은 동결 =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응답이 23개사 (82.1%) 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정부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을 재촉받고 있는 5대 그룹은 모두 동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은 계열사 별로 차이가 있는데다 올해는 경기회복에 따른 근로자들의 인상 요구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임금을 올린다는 응답은 한진.코오롱.대상.제일제당 등 중견 4개사에서 나왔다.

그러나 인상폭은 제일제당 3~5%, 대상 3% 등으로 크지 않았다.

반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해 임금을 더 줄이겠다는 응답도 한곳 있었다.

◇ 투자도 주춤 = 아직 대부분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의 설비투자 계획을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이 20개사 (71.4%)에 달했다.

7군데가 '약간 늘리겠다' 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생산규모 확충과 기술개발 등을 꼽았다.

5대 그룹 가운데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곳은 LG 한군데 뿐으로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당초 5조원으로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6조원으로 1조원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현대 (2조5천억원).삼성 (4조원).SK (2조5천억원) 는 당초 계획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고, 대우는 설비투자를 억제하겠다고만 응답했다.

포철은 설비 합리화와 유지 보수를 위해 설비투자 계획을 당초보다 2천여억원 늘린 1조4천9백24억원으로 수정했다.

금호는 5천5백억원에서 6천억원으로, 삼양사는 6백50억원에서 8백억원으로 각각 늘릴 계획이다.

반면 롯데는 당초 1조원에서 9천억원으로 1천억원을 줄이겠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 주가.부동산.금리는 '오른다' =주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이 강했다.

'올라간다' 는 응답이 18개사로 '떨어질 것' 이란 응답 (6개) 보다 훨씬 많았다.

올 하반기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4곳 중 3곳꼴인 75%가 '조금 오를 것' 으로 응답했으며 '내릴 것' 이란 응답은 한곳도 없었다.

금리도 20군데가 상승을 점쳤으며 떨어질 것으로 보는 곳은 단 한군데에 불과했다.

환율은 ▶낮아진다 (12개) ▶현수준 유지 (10개) ▶약간 높아진다 (6개) 로 다소 엇갈렸다.

◇ 엇갈리는 빅딜 평가 =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에 대해 '그저 그렇다' 는 응답이 15개사 (53.5%) 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긍정적인 일' (12개) 과 '무척 잘하는 일' (1개) 이란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이 빅딜에 불만을 가졌을 것이란 추측과는 다른 결과다.

빅딜과 직접 관련이 있는 5대 그룹 중에는 대우가 유일하게 '무척 잘하는 일' 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 (복수 응답) 으로는 수출 부진과 노사분규를 많이 꼽았고, ▶적정 성장 유지▶물가안정▶기술개발이 뒤를 이었다.

김동섭.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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