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생들 공부 나눔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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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츠 비코즈 오브 마이 파렌츠(It’s because of my parents).”

“한진아, 전에 배웠잖아. 파렌츠가 아니고 부모님, 페어런츠야.”

10일 오후 6시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의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김종민(경찰대 4)씨가 이한진(용인보정고 2)군의 영어 발음을 고쳐 주며 토닥거린다. 머리와 팔 일부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지체장애에도 성격이 밝은 한진이는 올 3월부터 형(김씨)한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해 지금껏 좋아하는 역사를 빼놓고는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그러다 형을 만나 꿈이 생겼다. 한진이는 “기초가 부족해 공부가 너무 힘들었는데 형이 잘 가르쳐 준다”며 “한국재활복지대학에 진학해 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6시. 경기도 성남시 금광1동 주민센터에서는 서희경(가명·중 3)양이 양한솔(경찰대 2)씨와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언니를 처음 만나 얼굴이 상기된 희경이는 두 동생과 고모의 무료 임대주택에서 13년째 살고 있다. 학원 한 번 가 보지 못한 희경이는 동사무소의 연락을 받고 올 3월 양씨를 만나 과외를 받게 됐다. 희경이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양씨는 “희경이가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든든한 언니가 돼 주겠다”며 웃었다.

경찰대 학생들의 공부 나눔 봉사활동이 저소득층 학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올 3월 시작한 이 프로그램(가정학습 무한 돌봄 프로젝트)에는 경찰대 학생 148명이 자원, 경기도 지역 초·중·고생 226명을 매주 한 번 이상 찾아가 가르친다.

멘토로 나선 경찰대 학생들은 매주 성남·용인 등 동생들을 가르치는 지역에서 모임을 갖는다. 봉사 당일 제출하는 결과 보고서를 검토하고 문제점을 공유해 효율적으로 지도하기 위해서다. 각자 가르치는 동생들의 개인별 한 학기 학습 목표를 세워 월 1회 평가회도 연다. 체계적인 학생 관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1학기에 경찰대생에게 배운 1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8%가 전 과목 평균 성적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김정식 경찰대학장은 “모든 경찰대 학생이 졸업 전에 최소한 1학기 이상 공부 나눔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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