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종아리 걷었다-월간지에 신랄한 자기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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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요즘 시민단체들 중 가장 '잘 나간다' 는 참여연대 (사무처장 朴元淳변호사)가 스스로의 활동에 대한 자기비판을 했다.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월간지 '참여사회' 는 5월호에 지난 5년간 참여연대가 벌여온 시민운동에 대해 스스로 비판의 메스를 가하는 특별기획기사를 실었다.

참여연대는 소액주주 운동.작은 권리 찾기 운동.아파트공동체 운동 등 시민의 공감을 얻는 사회운동을 벌여 성과를 거둔 단체여서 이같은 반성 시도는 '건강한 단체' 라는 참신한 느낌도 준다.

김중배 (金重培) 공동대표와 다른 시민단체 운동가들의 특별 기고문, 회원 설문조사 결과 등으로 구성된 내용 안에는 90년대말 한국 시민운동이 공유하고 있는 고민들이 담겨 있어 이를 소개한다.

첫번째로 던져진 화두 (話頭) 는 정체성의 문제. 참여연대 운동의 철학과 비전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金공동대표는 "이 지겨운 질문에 간명한 응답을 보내지 못한다" 는 말로 자책했다. 80년대 재야단체 운동과의 차별성.변별성은 무엇이냐는 질책도 가해졌다.

정치개혁시민연대 金석수 사무처장은 "서구 시민운동의 개념에 비춰본다면 참여연대 운동은 경향성.편협성을 버리지 못하는 등 아직 과거의 민중운동적 관성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 는 '쓴소리' 를 했다.

그는 그 예로 최근 서상목 (徐相穆.한나라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처리와 관련, 야당과 빚은 마찰을 들었다. 전후 사정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비난성명을 발표해 다분히 재야운동적인 '편향성' 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金사무처장은 합리적.시민적 공익을 앞세우는 시민단체로서의 정체성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던져진 화두는 참여연대에 '참여' 와 '연대' 가 없다는 것. 일부에선 '시민없는 시민운동' 의 문제에 대해 시민참여부족→상근자 의존→재정수요 확대→재정확보를 위한 단체 위상 쌓기→이슈 중심의 사업→시민참여 대중사업 결여→시민참여 부족이란 구도로 악순환의 고리를 그려내기도 했다.

또다른 사회운동과의 연대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시 말해 '품이 좁다' 는 것. 유초하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등은 "다른 시민.노동.지역운동과 연대해 그동안 참여연대가 쌓아온 역량을 확산시켜야 시민운동이 진보한다" 며 연대전략의 확대를 촉구했다.

세번째로 '백화점식' 사업 추진과 언론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지적됐다. 대세주의나 인기 분야에 매달리는 운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신규사업을 억제하는 대신 기존 사업을 확대.심화할 것을 당부하는 소리도 많았다.

이에 대해 金공동대표는 기고문에서 "참여연대가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누워서 침도 뱉고 매질을 밖에서 끌어들이기도 해 '맷집' 을 불려야 한다" 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용기있게 변화해 사회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겠다" 고 다짐했다.

한편 참여연대 회원사업국이 최근 3천4백여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참여연대 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잘한다' 고 응답한 회원은 73%였다.

반면 불만을 나타낸 회원은 '너무 많은 사안에 관여' (31%) , '시민생활과 동떨어진 사업전개방식' (11%) , '지나친 언론 의존도' (11%) 등을 지적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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