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컨설팅사 'Y2K바가지'… 피해상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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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전산실에 비상이 걸렸다.

2000년 1월 1일에 대비한 Y2K (컴퓨터 2000년도 인식오류 문제) 모의시험 결과 1백억원짜리 컴퓨터 비행훈련기인 시뮬레이터가 이날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상이 발견된 것. 결국 제조회사인 영국의 B사에 문의한 결과 해결비용만 20만달러 (약 2억4천만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정보담당 신훈 (申勳.현 금호엔지니어링 사장) 부사장이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1천달러짜리 소프트웨어만 구입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申부사장은 "국내 기술수준을 낮게 평가한 외국 회사가 터무니없는 컨설팅료를 요구한 셈" 이라고 말했다.

중소 무역업체 사장인 朴모 (50) 씨는 지난달 A전산회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Y2K문제로 컴퓨터 작동이 중지된다" 는 전화를 받고 다음날 2천만원에 계약을 했다.

이후 A사는 직원 2명을 3일간 파견, 사용중인 PC 10여대를 점검해본 뒤 "이상이 없다" 며 철수했다.

朴사장은 나중에 컴퓨터 전문가로부터 "워드프로세서 전용 PC에서는 Y2K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 는 말을 듣고 속은 사실을 알았다.

컴퓨터에 무지한 중소업체 경영자들에게 겁을 준 뒤 Y2K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거액의 컨설팅료를 챙기는 전산컨설팅회사의 횡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공항공단은 지난달 레이더 시스템에 Y2K 이상이 발견돼 제작사인 이탈리아의 A사에 조회한 결과 58만달러 (약 7억원) 의 컨설팅료를 요구받았다.

그러나 재점검 결과 간단한 프로그램 변경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컨설팅업체들이 받는 수수료는 보통 2천만~1억원선. 하지만 계약서에 Y2K문제 발생에 대한 배상문제가 명시돼 있지않아 내년 1월 1일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받을 길이 없다.

이같은 중소기업들의 피해 상담이 하루 5건 이상 잇따르자 정보통신진흥협회는 지난달말 'Y2K 부당행위 상담센터' (02 - 3487 - 2222) 를 개설했다.

또 Y2K문제를 해결해야 수출품을 받아주겠다는 해외 거래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민간단체가 올초 서둘러 설립한 Y2K인증센터도 컴퓨터시스템의 점검보다는 형식적인 서류 검증에 그쳐 기업들에 수백만원의 인증비용만 가중시키고 있다.

유통업체인 B사 崔모 (40) 사장은 "인증을 신청한 결과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실제적인 진단보다는 문제 발생시 대처방법 등 서류에 치중돼 실효가 없다" 고 말했다.

LG - EDS시스템 Y2K센터 崔대성 부장은 "우선 날짜를 이용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점검해본 뒤 컨설팅을 받을 때는 무엇을 진단하는지 조목조목 따져보고 손해배상 항목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태진.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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