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루츠, 상표권 놓고 5년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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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ROOT냐, ROOTS냐. " 중고가 캐주얼 의류업체인 '루트 (ROOT)' 와 '루츠 (ROOTS)' 가 상표권을 놓고 5년째 전쟁 중이다. 캐나다 브랜드인 ROOTS 측은 "ROOT가 상표를 모방했다" 며 상표등록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고, ROOT는 '독창적 토종 상표' 임을 외치고 있다.

엇비슷한 브랜드에 생산품목 (티셔츠.점퍼.바지.속옷.신발.벨트 등) 도 거의 같은 두 라이벌. 이미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각기 국내시장을 상당히 파고들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다.

ROOT는 의류업자 박규문씨가 처음 출원, 5년뒤인 95년 1월 쌍방울에 상표권리를 이전했다가 쌍방울이 부도가 나면서 지난해 4월 ㈜한서엔터프라이즈로 넘어간 상태. ROOTS는 73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90년대 들어 미국과 유럽.아시아 일부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에는 93년 상표출원을 시도했다가 ROOT가 3년 먼저 출원하는 바람에 좌절됐으며, 현재 ㈜사보이유통이 국내 판권을 갖고 있다.

◇ 소송전 = 94년 10월 ROOTS의 캐나다 본사에 의해 시작됐다. "비록 한국에는 등록되지 않은 상표지만 다수의 국가에 출원한, 명성 높은 상표" 라며 ROOT에 대한 상표등록무효심판 청구를 국내 법원에 낸 것.

그러나 법원은 "ROOTS가 국내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이나 상표라고 인식돼 있다고 인정할수 없다" 며 1.2심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그러나 같은 달 한서측이 사보이유통을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 판결에서는 "ROOTS상표의 사용금지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어서 허용할 수 없다" 고 판정.

다음달 2심 판결에서도 ROOTS의 손이 올라갈 경우 양측은 지금의 어정쩡한 동거체제가 계속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ROOT가 이길 경우 ROOTS는 일본에서 처럼 상표를 바꿔 광고와 마케팅을 새로 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 양사 주장 = 한서 측은 ROOTS가 세계적 저명상표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 정용욱 이사는 "세계적 상표라고 주장하지만 의류분야에는 미국.프랑스.덴마크.브라질.홍콩 등 5개국에만 상표가 등록돼 있을 뿐" 이라고 깎아 내렸다.

반면 사보이유통 김남웅사장은 "ROOT가 수요자들에게 현저히 인식된 저명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로써 소비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다" 며 등록 무효화를 고집하고 있다.

◇ 매출경쟁 = ROOTS는 17개 대리점에 직영점 1곳, 백화점 입점매장 36곳, 상설할인매장 11곳 등을 갖고 있다. 작년 매출액은 1백억원.

ROOT는 2년쯤 늦은 작년 2월부터 뒤늦게 대리점 개설을 시작해 현재 매장수는 전국 15개. 연말까지 30개로 늘릴 계획이며 매출목표는 6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신동재.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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