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웃음' 순풍산부인과 300회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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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는 무공해 프로그램이다. 불륜.폭력 등으로 자극하지 않는데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TV앞에 앉게 한다' 는 마니아까지 나올 만큼 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KBS와 MBC의 뉴스가 편성된 마의 9시대에 방송되는데 시청률이 항상 20%를 웃돈다. 오는 21일 3백회를 맞는 '순풍…' 의 인기비결을 살펴본다.

◇ 캐릭터화에 성공 = '순풍…' 이 웃기는 방식은 스토리 위주가 아니라 인물의 존재 자체를 '이웃의 누구' 처럼 만들어 웃게 만든다. 이른바 캐릭터화. 노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바칠 수 있는 신세대 대학생 캐릭터의 송혜교, 강한 집착의 소유자 박영규, 완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아이 미달이 등등. 박영규 이야기 하나. 실업자 영규는 우연히 제과회사의 회장 딸이 쓰러진 것을 구해주고 일자리를 제안받는다.

하지만 번번이 그 약속을 잊는 회장. 대단한 사람에겐 별 것 아닐지 몰라도 영규에겐 절실하다. 집착할 수밖에 없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회장 만나기에 실패하자 그 회사 소비자 보호센터에 전화를 건다.

"야 너희 회사 과자는 너무 맛이 없어. 과자 좀 잘 만들란 말야. 내가 누구냐고? 나 일반 시민이야. " 영규의 '처절한' 복수는 그의 삶에서는 '비극' 이지만 시청자에게는 웃음을 주는 희극이다.

◇ 절제된 연기 = 과장 연기에 자극받은 시청자는 더 큰 과장을 원하게 된다.

'순풍…' 의 김병욱PD의 지론은 바보짓과 과장연기는 시트콤을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것. '순풍…' 의 촬영은 철저한 계산 아래 진행된다. 단 몇 초라도 연기자가 대사를 늘이거나 시간을 끌면 어김없이 NG가 난다.

◇ 현실적 소재 = '웃음의 필연성' 을 줄 수 있는 대사를 위해 녹화가 있는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밤 12시가 넘도록 대본회의에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

6명의 작가가 공동작업을 하고 10명의 사이버작가는 일주일에 1백 개의 아이템을 제공한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소재만이 채택된다. 그러다 보니 '똥' '방귀' 등을 소재로 다뤄 방송위원회의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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