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박사가 주유소 사장 SK중계점 김원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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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서 오십시요.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 중계동 미도파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SK㈜중계주유소에 들르면 40대 중반의 신사가 주유기를 들고 반갑게 맞는다. 이 주유소 사장인 김원태 (金元泰.45세) 씨.

김사장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박사' 였다. 서울대 사범대 화학과 졸업후 SK㈜ (당시 유공)에 입사, 회사 지원으로 학위를 취득한 후 합성수지 기술지원.기술개발부문.디젤경유매연여과장치 개발팀장 등 주로 신기술.신사업쪽에서 잘 나가는 간부사원으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주유소 사장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해 6월. 회사가 직영 주유소의 소사장을 찾는 것을 보고 바로 손을 들었다.

"심각한 불황 속에서 주변사람들이 정리해고 당하는 것을 보고 더 늦으면 독립이 곤란하겠다고 생각, 결심을 하게 됐다" 고 회고했다.

직원 12명과 함께 맡은 주유소를 성공시키기 위해 김사장이 내세운 경영원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또 오고 싶은 주유소를 만들자' 는 것. 이를 위해 종업원들에게 강조하는 게 청결과 친절. 주유소내 구역별로 청소담당자를 선정했고 '청결 체크리스트' 의 결과를 급여에 반영했다. 자신이 직접 주유기를 들고 뛰었다.

부임 6개월만에 3천명이던 엔크린보너스 카드 회원이 7천명으로 늘었고, 이 주유소를 찾는 고객 2명중 1명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은 판촉비가 많이 들어 큰 돈 벌지는 못하지만 소사장에게는 기본이익외에 목표량 초과시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 매출 증가가 계속되면 조만간 결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는 것.

그는 "봉급생활을 할 때보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다" 며 "다음번 재계약 (3년 기간) 때는 주유소 몇개 더 맡아 경영해 보고 싶다" 고 포부를 밝힌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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