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포럼] 조한혜정 교수 주제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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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가부장적 국가권력 왜곡.파행 막아야

이제 차별은 소수들의 권리찾기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인권문제로 풀어야 한다.

차별의 문제는 전 지구적인 논의의 연장선에서 보편적인 언어로 다뤄야할 문제다.

그것은 또한 권력개념 중심으로 풀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자생적 근대화를 한 유럽과 제3세계, 특히 한국처럼 식민지적.압축적.불균형적 근대화를 한 사회의 국가권력 성격은 아주 다르다.

서구의 국가가 큰 틀에서 차별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면 한국의 국가는 오히려 그 차별을 조장하는 식이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인권에 관한 한 가장 야만적인 나라라고 생각한다.

차별없는 사회로 가는 방법은 일차적으로 국가권력 성격을 바꾸어 내야 한다.

시혜적.독점적.가부장적 권력체제를 해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연줄주의.나누어 먹기.연줄 결탁관계로 권력과 부 (富)가 나누어진다면 한국의 국가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방법은 차이를 악용해 권력을 더욱 비대하게 만들어 가는 권력작용에 브레이크가 걸려야 한다.

권력을 독점하려는 것, 파행적 근대화와 왜곡된 공공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먼저 권력과 자원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권력의 감시자, 그리고 권력을 스스로 생성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상대방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원주의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한민족주의.동질사회라는 신화를 깨야 한다.

모든 차이를 차별로 환원하는 획일주의와 집단주의적 문화논리는 지금 우리 사회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다.

획일주의는 모든 종류의 차이와 이질성을 미워하고 탄압한다.

이런 탄압은 모든 유 (類) 의 상상과 대안을 죽여 사회의 활력소를 제거하고 만다.

타인의 존재와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편의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심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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