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광우병 보도는 사회적 수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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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지난해 4월 29일 방송됐던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과 관련해 제작진의 의도적인 사실 왜곡 문제를 제기했던 정지민(27·여)씨가 책을 썼다. 책 이름은『주(柱), 부제-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지난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공포’에 대한 사실과 주장을 담았다. 추석 연휴 이후인 10월 초에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다.

정씨는 책에서 “PD수첩의 문제는 단순히 오기된 몇 개의 자막이 아니다. 전체 구성과 논리, 세부 항목에 이르기까지 타당한 것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이것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사회적인 수치”라고 했다.

다음은 지난 주말 만난 정씨와의 일문일답.

-당신의 주장은 대부분 입증됐다. 그런 상황에서 책까지 쓴 이유는.

“올해 6월 검찰이 MBC 제작진을 기소하면서 더 이상 내 주장을 애써 입증해야 하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PD수첩 사건은 우리 사회에 특별한 판례를 남겼고 한국 언론사에도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마무리가 필요했다. 사실을 폭로한 입장에서 내 신념을 글로 남기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책 쓸 생각을 했나.

“폭로 이후 MBC가 ‘언론 탄압’이라는 거대 담론을 끄집어내는 것을 보고 마음을 먹었다. 검찰 기소 결정이 난 6월 출판사와 계약했고 실제 집필기간은 7월부터 한 달 정도 걸렸다.”

-MBC를 상대로 소송까지 생각하지 않았나.

“최근까지 소송을 고려했지만 이젠 글로 승부를 겨루기로 마음을 굳혔다. 내가 쓴 글이 거의 교정되지 않고 실린 것도 그 때문이다. 책 디자인도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했다.”

-책 제목『주(柱)』는 어떤 의미인가.

“『주(柱)』는 이 책의 전체 7장을 형용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알려진 T.E.로렌스의 『지혜의 일곱 기둥』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크게는 ▶PD수첩 '광우병‘ 편의 왜곡 내용 분석 및 제작진 대응에 대한 비판 ▶게이트키핑이 없는 무책임한 보도 앞에서 개인의 판단력 ▶폐방 위기의 PD수첩을 구한 과학자도 외면한 이유 등이 담겨져 있다. “

-실명을 많이 거론했는데.

“책 제목이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아닌가. 있었던 사실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실명이 필요했다. PD수첩 제작진은 물론 진중권 교수, 우희종 교수, 송기호 변호사 등 논쟁을 벌였던 사람들의 실명은 모두 적었다.”

-유학 준비 중인데 언제 가나.

“내년 초쯤에 간다. 아직까지는 증인 출석도 해야 하고, 재판 결과를 보고 싶기도 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할 일을 다하고 한국 생활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전문 분야가 서양사와 서양 철학을 아우르기 때문에 해외에서 공부해야 한다.”

명승욱·이재설 조인스닷컴 기자

◆정지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10세 때 영국에 가서 17세 때 귀국했다.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했다. 2001년부터 프리랜서 번역자로 KBS·MBC·EBS 등의 주요 방송 프로그램 번역을 했다. 유학 준비 중이던 지난해 번역 및 감수자로 참여했던 PD수첩 광우병 편의 오역과 왜곡 문제를 제기했다. 그 뒤 유학계획을 연기하고 MBC의 공식 사과방송과 제작진 보직 해임, 고등법원의 정정보도 판결, 검찰의 기소 등 중대 사건이 있기까지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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