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수사권 독립' 잠복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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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전면전 양상을 보이던 검찰과 경찰이 8일 수사권 독립과 관련된 논의를 중단하고 한걸음씩 물러섰다. 이는 청와대가 "양대 수사기관이 정면 충돌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는 경고가 나온지 하루만에 취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검찰과 경찰이 '밥그릇 싸움' 을 벌인다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논의중단에 대해 검찰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검찰입장에선 형님뻘인 검찰이 이 문제로 계속 논란을 벌일 경우 결국 경찰을 도와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던 터였다.

법무부와 검찰은 "경찰이 노사관계가 불안하고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사권 독립문제를 불쑥 들고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며 "청와대의 논의중단 지시는 경찰주장에 쐐기를 박은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검찰은 그러나 경찰이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물밑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중이다.

이와 함께 이 문제와 관련한 경찰의 집단행동이 발생할 경우 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를 내리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며 "이 문제를 공론화해 논란을 벌이면 결국 법질서 유지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란 점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다르다. 일단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논의를 중단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적지 않다.

경찰은 앞으로 대외적인 공식입장 표명은 하지 않더라도 당정협의 등을 통해 검찰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우선 검찰의 '경찰수사권 독립 부당성' 주장에 대한 장문의 반론을 준비했다. 이 반론자료는 기존의 경찰 입장보다 더욱 강도높은 요구사항이 담겨 있어 검찰과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소지마저 안고 있다.

경찰은 반론에서 당초 요구하지 않았던 수사종결권을 넘겨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경찰은 '불기소처분에 대한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가지면 참고인이 경찰과 검찰에서 이중으로 조사받는 불편을 덜 수 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없앨 수 있다' 는 이유까지 덧붙이며 검찰 수사지휘의 부당성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경찰은 또 검찰 파견 경찰관의 승진사례와 부당하게 정보를 요구한 사례 등 검찰이 수사와 관련없이 경찰에 요구하거나 개입한 사항을 낱낱이 수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경간의 물밑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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