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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과학자가 발견한 DNA지문의 혁명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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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 DNA 혁명은 왓슨과 크릭에서 시작됐다.

물론 단세포 생물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나 동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주 작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포들이 서로 결합하고 협력해서 독특한 개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세포 속에는 세포 핵이라는 것이 있고 다시 핵 속에는 염색체가 들어 있다. 한 세포 속에 있는 염색체 수는 종마다 다르다. 고등 동물일수록 그 수가 많다. 사람의 경우는 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이 염색체를 다시 현미경으로 유심히 관찰하면 DNA라는 긴 실 같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촘촘하게 감겨서 염색체의 독특한 모양을 만든다. DNA가 두 가닥의 이중나선으로 돼 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왓슨과 크릭이다.

DNA 지문은 각기 다른 염기서열

DNA 가닥은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이라는 4개의 염기들이 긴 실처럼 이어져 있는데 이를 염기서열이라고 한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체가 모두 그 모양이 다르다. 이 모양이 사람마다 지문이 천차만별로 다른 것처럼 염기서열이 다르다고 해서 DNA 지문(DNA fingerprinting)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이다. 유전자 지문이라고도 부른다.

간단히 말해서 범죄수사에서는 이 독특하게 생긴 다른 모양을 통해 동일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범죄 현장에서 정액이나 혈흔과 같은 체액(體液)이나 머리카락과 같은 단서에 나타난 DNA 지문이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의 지문과 비교해서 일치하면 사건은 바로 끝난다.

그러면 사람의 지문처럼 DNA 지문도 다른 사람처럼 일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일치할 확률은 60억 분의 1이다. 더구나 요즘은 지문해독 기술이 아주 발달해 있기 때문에 오류는 있을 수가 없다. 일치할 확률은 제로다.

DNA는 이중 나선으로 돼 있으며 그 속에 있는 염기서열이 개체마다 마다 다르다.이것이 바로 DNA지문이다.

제프리 박사가 발견한 것이 바로 DNA 지문이다. 동일인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또 DNA에는 유전인자가 들어 있다. 염색체에는 수 만개의 유전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하여 독특한 특질을 만들어 낸다.

사람은 모두 모습이 각기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그러한 각기 다른 형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DNA다. 그런데 DNA의 특징은 유전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특징이 후손에게 나타나듯이 DNA 또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친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족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인종(人種)을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DNA지문이 고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판 ‘솔로몬 판결’

2005년 쓰나미가 스리랑카를 비롯해 동남아를 강타했다. 그 후 해변에서 생후 14개월이 된 꼬마아이가 발견돼 스리랑카 칼무나이의 병원에 입원됐다. 여든한 번째로 입원되어 이름이 ‘81번 아기’로 불리던 이 아이를 자기 아들이라고 주장한 부모가 9명이나 됐다.

현대판 ‘솔로몬 판결’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던 이 사건은 7주 만에 끝이 났다. ‘81번 아이’는 법원의 명령으로 DNA지문을 통해 친자여부가 확인돼 친부모 품에 안겼다. 앞서 소개했던 ‘러시아 황녀 사건’이나 ‘루이 17세 사건’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되면 주민등록증을 받을 때 지문을 제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성인의 지문은 전산 처리돼 정부가 보관하고 있다. 지문을 제공하는 것은 과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주로 수사기관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DNA지문도 일반 지문처럼 데이터 베이스화(data base) 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위험이 있다. DNA 지문과 일반 지문은 성격이 판이하다.

손가락 지문은 그야말로 동일인 여부를 가릴 때만 사용된다. 그러나 DNA 지문에는 개인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 정보 속에는 비단 유전적 질병뿐만 아니라 사람의 성격을 비롯해 건강유무 등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는 개인의 모든 비밀이 담겨

유전자 정보에는 한 개인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이라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는 잘 할 것인지, 돈은 잘 벌 수 있을 것인지, 부부와 성생활은 잘 할 것인지, 건강하고 똑똑한 애를 낳을 것인지 등 온갖 비밀이 담겨 있다.

심지어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가 될 것이지, 조폭이 될 것인지조차 담겨 있다. 또 범죄인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현재 추진중인 인간게놈(Human Genome) 프로젝트가 그렇다. 인간의 피부색, 키, 얼굴 등 겉모습은 물론 지능이나 정신세계까지 결정짓는 유전자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유전자 지도’를 가리킨다.

스리랑카의 ‘현대판 솔로몬 재판’은 DNA 지문으로 끝이 났다.

30억 개나 되는 염기 쌍으로 구성되는 복잡한 염기 배열순서를 모두 밝혀내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게 되면 인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연구에는 불치병이나 유전적 결함을 치유하는 의학적 측면도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전자 정보는 고작 5천여 개에 불과하다.

보험사가 좋아할 연구로 심지어 수명까지 알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또 범죄형 인간은 유전인자가 따로 있다는 연구가 나올 정도다. 개인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다. 그래서 유전자 정보의 전산화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쨌든 제프리 박사의 DNA 지문은 현대 과학수사에 엄청난 혁명을 일으켰다. 과학수사는 발전을 거듭해 범행장소에서 있었던 나무 잎사귀, 벌레에서 조차 DNA 지문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호주에서는 범인의 옷에 묻은 꽃잎의 DNA지문을 조사해 흉악한 범인을 잡은 사례도 있다. 다시 말해서 살인현장에 있던 산 속의 꽃잎과 범인의 옷에 묻어 말라 비틀어진 꽃잎을 비교한 결과 일치했다. 피의자가 범행장소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악한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미궁에 빠진 사건도 많다. 충동적인 살인이 아니라 계획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