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청 선톤차이나센터 연구주임 “두 코끼리 싸우거나 사랑해도 그 아래 풀은 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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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을 미국은 어떻게 볼까. 9일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만난 리청(李成) 선톤차이나센터 연구주임은 ‘희망(hope)과 두려움(fear)’이 교차하는 복잡한 성질의 것이라고 말했다. 리청은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 위원장이기도 하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 위협인가 기회인가.

“미국의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답은 다를 것이다. 중국의 발전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가 있지만 중국이 미국과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잠재적 위협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경제 위기 해결을 비롯해 온난화나 북핵 문제 등과 같은 경제·환경·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11월 중국을 방문한다. 미·중 정상 만남에서 관심 있게 볼 사항은 무언가.

“양국이 어떻게 신뢰를 구축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중국에서는 미국 음모론이 유행하고 미국에선 중국 위협론이 존재한다. 양국 정상의 만남에서 이런 서로의 의구심을 얼마나 해소하고 신뢰를 쌓는지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미·중 국민들의 의식이 아직도 19세기나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흔히 다섯 가지 ‘악의 세력(evil force)’이 있다고 말한다. 대만독립세력, 티베트독립주의자, 위구르분리주의자, 파룬궁, 반체제 인사 등이 그들이다. 한데 이들이 모두 미국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열악한 인권과 종교의 부자유, 통제받는 언론 등을 지적하며 중국을 비난한다.”

-미·중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은 .

“두 코끼리가 싸우면 그 아래 풀이 고생이고, 또 둘이 서로 사랑해도 고초를 겪는다는 스리랑카 속담으로 답을 대신하겠다.”

워싱턴=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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