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베이징 사계] 참사속 꽃핀 동포애.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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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피는 물보다 진하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 대한항공 화물기 상하이 (上海) 추락사고를 취재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평범한 두가지 명언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15일. 비에 흠뻑 젖어 구겨진 양복, 흐트러진 머리칼, 사고현장 부근의 진흙탕을 뛰어다니느라 진탕이 된 바지가랑이와 구두. 대한항공 직원은 아니지만 뭔가 거들 일이 없을까 해 달려나와 밤을 새운 몇몇 상하이 한국 주재원들 모습이다.

대우의 안형준 (安亨晙) 차장, LG상사의 김광범 (金光範) 부장, 아시아나 상하이 공항 구자중 (具滋中) 소장 등이 이들이다.

이번 사고로 엉뚱한 피해를 보았으나 '대국기질' 을 발휘한 중국의 자세도 보기 좋았다.

사고수습 총지휘에 나선 민항총국의 바오페이더 (飽培德) 부국장은 미안해 하는 한국측에 "지난 83년 중국민항이 춘천에 불시착했을 때 한국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며 "불행을 당한 한국에 위로의 뜻을 전한다" 고 위로했다.

사고원인 규명과 사상자 배상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은 한국도 놀랄 조치를 취해준 것이다.

사고원인 규명의 객관성 유지를 위해 미국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 (NTSB) 위원들을 초청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의 짐을 덜어준 것은 사상자 배상문제. 중국은 동방항공사 등을 대표로 선정, 한국이 중국 유가족들과 접촉하지 않고 이들 대표와 협의를 하게 했다.

추락사고란 참화 속에서 한.중간의 우정이 더욱 도타워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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