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코끼리는 어디에…' 상처받은 동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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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15일 오전 11시쯤 전주시덕진구송천동 전주동물원내 코끼리 사육장 앞. 전주시내 K유치원생 50여명이 '동물원의 대명사' 격인 코끼리를 보기 위해 30여분 동안 애타게 기다렸다.

金지연 (7) 양은 철조망에 매달려 발을 동동 구르며 "코끼리야 놀자" 고 목이 쉬도록 외쳤다.

그래도 코끼리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자신이 먹던 과자를 한움큼 쥐어 사육장에 힘껏 던지며 또 코끼리를 불렀다.

그러나 코끼리는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 코끼리가 왜 집에 없어요?" 기다리다 지친 金양은 유치원 교사 金모 (24.여) 씨에게 물었다.

영문을 몰라 당황한 金씨는 동물원에 문의한 결과 코끼리가 지난 1월 늙어서 죽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설명을 들은 金양은 눈물을 글썽이며 "코끼리가 진짜 코로 과자를 받아 먹는지 보려고 했는데…" 라며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교사 金씨는 "코끼리가 3개월전 죽었는데도 안내문 하나 없이 어린 동심을 멍들게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전주동물원에 따르면 97년 11월 15년생 아프리카산 수컷 코끼리가 심장마비로 숨진 데 이어 지난 1월 11일 암컷 코끼리 (50년생) 도 늙어 죽어 코끼리가 한마리도 없다.

동물원측은 "아시아산 코끼리 한쌍을 들여오기 위해 내년 예산에서 2억~3억원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그 때까지 낙타를 코끼리 사육장에 대신 넣을 것" 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동물원은 상처받기 쉬운 어린이들의 여린 마음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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