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화물기 추락] 사고 연발 대한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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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포항 활주로 이탈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 전에 발생한 중국 상하이 (上海) 공항 화물기 폭발 추락사고를 계기로 '대한항공의 항공기 안전관리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 는 의문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에도 잇따른 항공기 사고로 건설교통부로부터 6개월간 국내선 일부 노선 운항정지와 서울~도쿄 (東京) 노선 감편운항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더구나 대한항공은 징계 이후 1천5백억원을 들여 미국 델타항공과 안전운항에 대한 종합대책을 추진중인데다 보유중인 항공기 1백12대에 대해 안전점검도 이미 마친 상태여서 충격을 더해준다.

연이은 사고에 대해 항공 전문가들은 다양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먼저 대한항공은 조종사의 안전 의식문제와 더불어 조종사.정비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채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사세 확장주의 경영문화가 손꼽힌다.

이 때문에 임직원간에 상호불신까지 겹쳐 최근에는 사고가 나도 '왜 이러나' 는 자조적인 소리만 무성할 뿐 안전을 보장할 만한 특단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또 군 출신 조종사들 위주의 상명하복식 특수문화로 위기상황이 닥쳐도 매뉴얼을 잘 따르지 않는 점과 지난해 구조조정 명목으로 고참 정비사 1백79명을 대거 퇴직시킨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8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괌참사 조사단의 일원이었던 대한항공 전직 조종사가 인터넷에 올린 보고서를 인용, 대한항공의 잇따른 사고는 급속한 사세확장에 따른 경영층의 안전도 불감과 군출신 위주의 조종사 문화가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대한항공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7백명이 넘는데도 경영진은 아직도 항로를 단축하는 조종사에게 상을 주고 있다는 것. 반면 93년 목포 참사를 겪었던 아시아나항공은 '한번 더 사고가 나면 끝장' 이라는 안전에 관한 결사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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