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7년만에 '시집같은 음반'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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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봄 향기를 노래로 읊은 시집. 국민가요 '향수' 로 사랑받는 이동원이 7년만에 낸 음반을 압축하면 그렇다. 첫 곡인 '봄길' 이 백미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가사가 우선 듣는 이를 잔잔한 봄의 훈풍 속으로 인도한다.

노래라기보다 한편의 시 (詩) 같다. 사실 '봄길' 은 시인 정호승씨가 신문지상에 발표했던 시다.

정씨는 10년전 자신의 시 '이별노래' 를 이동원에게 줘 그를 밀리언셀러 (1백만장 가수) 로 만든 장본인. 지난해 신곡을 구상하던 중 이동원의 눈에 우연히 정씨의 '봄길' 이 들어왔고 그 맛과 뜻에 반한 이동원은 바로 시인을 찾아 사용 승락을 받았다.

김희갑이 작곡해준 선율도 시에 뒤지지않는 매력을 발산한다. 재치있게 들어간 가야금과 대금 연주가 독특한 봄맛을 낸다.

'봄길' 말고도 음반에는 시적인 노래들이 즐비하다. 타이틀곡인 '싸릿골' 은 '나그네' 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를 합친 듯한 가사가 끝없는 향수를 자극한다.

전남 벌교의 구전가요를 재현한 '부용산' 역시 월북시인 박기동이 지은 시에 바탕했다.

한국전쟁 직전 벌교에서 중학교사였던 박기동은 아끼던 어여쁜 여제자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자 이를 슬퍼해 '제망매가' 를 연상시키는 시를 지었고 이것이 지리산 빨치산들이 애창하는 노래로 발전했다.

당연히 그동안 기피가요가 돼왔다가 이동원에 의해 이번에 처음 음반화됐다 "몸과 마음이 맑았던 한 소녀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애가였을 뿐 이념가는 전혀 아니다. 들어보면 안다. " 고 이동원은 말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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