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청바지 과소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자 미국 전역에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이듬해 금광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간 '포티나이너즈' 는 8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노다지를 캔 것은 광부들이 아니라 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던 상인들이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1853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광부들에게 텐트를 팔았다.

어느날 한 광부로부터 질긴 작업용 바지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텐트용 캔버스지로 바지를 만들었다.

바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후 소재가 데님으로 바뀌고, 색깔도 갈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푸른색이 된 것은 뱀을 쫓기 위해 인디고로 염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광부들은 주머니에 무거운 광석과 연장을 넣고 다니기 때문에 주머니가 쉽게 터진다는 점이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재봉사 제이콥 테일러였다.

테일러는 주머니 네 귀퉁이에 구리 (나중에 알루미늄) 로 만든 리벳 (대갈못) 을 박았다.

1873년 지금과 같은 형태의 리바이스 청바지가 공식 탄생했다.

리바이스는 세계적이다.

세계 각지에 37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종업원 숫자만 3만명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지난 97년 리바이스의 브랜드 가치를 미화 73억달러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리바이스는 경영 부진에 빠져 있다.

가장 큰 이유는 10대 청소년들이 리바이스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리바이스는 힙합 스타일이 아닌 전통 스타일을 고집해온 것이다.

최근 리바이스는 대대적 구조조정과 함께 10대 청소년들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청바지는 이제 지구패션으로 정착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도 청바지는 필수품이다.

몇해전 서울의 한 백화점이 20대 청년 2백명을 대상으로 청바지 소유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인당 5~6벌,가장 많은 경우는 25벌이나 됐다.

중국에서도 청바지 붐이 일고 있다.

북한은 우리가 보낸 구호의류 가운데 청바지는 '미제 (美帝) 의 상징' 이란 이유로 중국에 내다 팔고 있다.

최근 청바지의 고급화.패션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IMF사태로 청바지의 가격 거품이 걷히더니,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청바지 가격도 '원상' 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짧은 다리를 롱다리처럼 보이게 한다는 패션 진은 무려 18만원이나 한 다.

경기를 살리자면 소비가 살아나야 하지만 청바지 과소비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