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와 외국인 자금, 주가 '쌍끌이 부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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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식시장이 뜨겁다.

투신.증권 등 기관투자가들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고객의 예치금으로 연일 주식을 사들이고 잠시 웅크렸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가세했다.

썰렁했던 지방 증권사 객장도 투자자들로 북새통이다.

대신증권 송탄지점 홍우상 지점장은 "일반 투자자들이 한달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고 말했다.

주춤거리던 주가가 하루만에 폭등세로 돌아서자 그동안 조심스러워했던 증시 관계자들마저 주가의 추가 상승을 낙관하기 시작했다.

자딘 플레밍의 스티브 마빈 이사조차 "한국경제를 낙관하는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앞으로 몇개월간 주가는 계속 오를 것" 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돌발적인 악재가 튀어나오지 않는 한 지수는 단기적으로 75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론 그동안 상승대열에서 빠져 있었던 저가 우량주가 장세를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 금리인하가 최대의 효자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힘은 낮은 시중금리에서 온다.

채권이나 은행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돈들이 증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한때 20%대였던 은행 예금상품 금리는 최근 7%까지 떨어졌다.

30%에 육박했던 회사채 이자율 (3년만기 우량채 기준) 도 7%대로 급락했다.

채권투자에 몰렸던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것이다.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겠다고 증권사에 맡긴 돈도 이달에만 1조7천억원이 늘었다.

투신사의 주식형 수익증권도 올들어 6조원 가량, 증권사들의 뮤추얼펀드도 2조원 이상 늘었다.

은행도 '단위형 금전신탁' 상품으로 돈을 끌어모아 주식을 사들일 예정이다.

지난 2월 발매에 들어간 현대증권의 '바이 코리아' 펀드가 한달여 만에 2조원을 돌파한 사실은 시중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증시로 모이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유동자금은 곧바로 기관투자가들이 앞으로도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 해외증시 안정세도 호재

엔화 안정세도 주가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수출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세도 자극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하루 평균 파는 것보다 사는 게 2백억원 이상 많았다.

사들이는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자딘 플레밍과 워버그딜론은 14일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확대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다우지수를 비롯한 나스닥지수.S&P지수 등 3대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고 있다.

도쿄 (東京) 증시 역시 상승세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던 브라질 등 신흥공업국들의 금융시장도 최근 들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증권의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을 향후 해외시장 최대의 변수로 꼽았다.

鄭부장은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상 당분간 중국이 평가절하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 전망했다.

그러나 제임스 루니 템플턴 투신 사장은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에 따라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 고 신중론을 폈다.

◇ 기술지표

주식시장에서 비교적 자주 쓰이고 믿을 만한 기술지표는 이동평균선이다.

장.단기 이동평균선은 일종의 추세선으로, 주가가 이동평균선에서 멀리 치솟아 있으면 과열로 진단한다.

15일 현재 종합지수는 20일.60일.1백20일 이동평균선에서 13%.24%.35% 벗어나 있다.

대개 20%를 벗어나면 과열로 단정하는 관례를 따를 경우 이미 경계신호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욱이 단기 과열로 판명난 지난 1월초 종합지수는 이들 단.장기 추세선 위로 각각 12%.35%.61% 치솟아 있었다.

이렇게 비교해볼 때 장기적으론 다소 여유가 있지만 단기에 주가가 더 오를 여력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제반 경제여건이 좋아지며 경기가 살아나고 실적 장세로 옮겨가면서

주가지수가 당분간 더 버텨준다면 점차로 이동평균선의 격차는 해소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800을 넘어설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750 이상으로 급상승할 가능성은 작아보인다.

◇ 주가상승의 걸림돌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주식투자자 수는 전년대비 44%가 증가한 1백91만명이며 이달 들어 신규로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가 하루평균 1천명 이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를 경우 주식시장이 곤두박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들어서면 금리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주가상승의 호재로 작용하는 해외증시의 안정과 환율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불투명하다.

특히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수출여건이 나빠지고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내부적으론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 물량이 주가상승의 부담이 될 것이다.

대기업들은 올해 총 30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구조조정 및 투자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시가총액 (1백70조원) 을 감안할 때 30조원의 물량을 무난히 소화해 낼 수 있는지에 주가상승이 달려있다고 동원경제연구소의 이충식 동향분석실장은 분석했다.

권성철 전문위원, 임봉수.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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